크래프톤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일 오후 서울시내 한 증권사 창구를 찾은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크래프톤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일 오후 서울시내 한 증권사 창구를 찾은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이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 거품 논란과 중국발 게임규제 소식 등의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진행된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에서 모인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 경쟁률은 7.8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청약이 진행된 공모주들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흥행 실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청약을 진행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80.9조원, 288.2대 1), SK바이오사이언스(63.6조원, 335.4대 1)는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크래프톤과 함께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26~27일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58.3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으며 18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청약 첫날 매도리포트가 나온 데다 중복 청약도 불가능했지만, 오히려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크래프톤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

크래프톤과 청약 일정이 겹쳤던 채용플랫폼 업체 원티드랩 또한 크래프톤과 대비되는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원티드랩의 공모 규모는 256억원으로 크래프톤(4.3조원)의 0.6%에 불과하지만, 청약 증거금은 5.5조원으로 오히려 크래프톤을 웃돈다.

◇ 크래프톤 청약 흥행부진 이유는?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는 다양한 악재가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부터 지적된 공모가 거품 논란으로 투자자들의 망설임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크래프톤은 게임개발사임에도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가 거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결국 크래프톤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받고, 비교기업군에서 글로벌 업체를 국내 게임개발사(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로 교체한 뒤 공모가를 40만원~49만8000원으로 10%가량 하향했다. 하지만 출시예정작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등이 지적받으며, 공모가 거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높은 구주매출 비중도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산 이유 중 하나다. 크래프톤이 이번에 공모한 주식은 총 865만4230주. 이 중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판매하는 ‘구주매출’은 303만230주로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실제 구주매출의 대부분은 대주주인 벨리즈원 유한회사(276만9230주)의 보유지분으로 구성됐다.

벨리즈원은 크래프톤의 최대 주주인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와 JKL파트너스, NHN인베스트먼트 등이 지난 2018년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한 유한회사로, 현재 장 의장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 밖에도 등기임원 세 명(김창한 14만주, 김형준 10만주, 조두인 2만1000주)도 약 26만주를 내놨다. 구주매출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주주와 임원이 보유지분을 내놓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약 둘쨋날인 3일 중국에서 날아든 규제 소식도 게임주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이날 학생들이 텐센트의 게임 ‘왕자영요’를 매일 8시간씩 한다며,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기 때문에 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덕분에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는 6.11%나 급락했고 국내 게임주들도 타격을 받았다. 현재 경제참고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한 상태지만, 상장을 앞두고 터진 중국발 악재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켰을 수 있다. 

물론 상장 후 크래프톤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실제 청약 전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 공모가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정된 희망 공모가 범위에 대해 “올해 말 론칭 예정인 모바일 기대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내년 론칭 예정인 PC/콘솔 기대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핵심 기대신작 2개의 슈퍼히트 가능성을 감안한 내년 실적 전망치 기준으로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개 게임 대장주들과 비교해 상당수준 저평가”라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청약 과정에서 다양한 관심을 모았던 크래프톤의 주가가 상장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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