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조기 금리인상 우려를 일축시켰다.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27~2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0~0.25%)으로 유지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위원회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자산을 계속 매입하겠다고 밝혔다”며 “그 이후 경제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으며, 위원회는 다음 회의에서도 진전 정도에 대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어 “백신 접종의 진전과 강력한 정책 지원을 통해 경제활동 및 고용지표가 개선됐다. 팬데믹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문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며 “경제 전망은 코로나19의 경과에 달려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공중보건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하겠지만,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2%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최대 고용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러한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어 “위원회는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할 경우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있다”며 “공중보건과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압력 등 광범위한 정보를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준, 경제회복 자신감 피력... 테이퍼링 시점은 언제?

이날 발표에 대해 우리 정부와 시장은 예상대로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을 준비하면서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등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간밤 국제금융시장에서 주가와 금리가 대체로 보합 흐름 보이는 등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또한 이날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해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명서에 테이퍼링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이번 연준 성명서는 올해 들어 미국 경제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여전히 경제전망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사실도 언급했지만, 향후 경과를 보고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경제가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델타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면서도 테이퍼링 시점은 경제지표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히며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성명이 테이퍼링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라며 연준이 조만간 자산 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8월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에 발표되는 7월 미국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의 하락과 비농가 신규고용의 개선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테어피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8월 말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하며 9월 FOMC 에서 일정을 구체화한 이후 연말부터는 자산매입 축소 과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파월 의장의 발언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테이퍼링 지침은 잭슨홀 미팅보다 나중에 제시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연준이 채권매입 축소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테이퍼링 방법과 일정의 구체화는 다음 FOMC 회의 열리는 9월 이후가 좀 더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이어 “테이퍼링이 실제로 개시되는 시기는 내년 초반, 기준금리 인상이 개시되는 시기는 기존에 예상했던 2022년 4분기로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2022년 1월부터 테이퍼링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하며 국채와 MBS 매입 규모를 동시에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이어 “채권을 매입하는 와중에 금리를 올리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는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며 “보수적으로 2022년 중 테이퍼링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2022년 조기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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