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연, 추억, 리놀륨 판화+수채화, 27*39cm
김하연, 추억, 리놀륨 판화+수채화, 27*39cm

 

도착하기까지는 아직도
아득하겠지요.
시작은 하지만 매번 쓰기를 
끝내지는 못합니다.

마음속에 부유하는 뜨거운 것들이
정결하게 줄서기를 하기까지는
좀 더 차가워져야 하는 건지요.

잠의 한가운데서 잠을 깨면
당신의 배경으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지만
서성일 뿐 한 음절의 단어도 찾지 못합니다.

ㅡ바람이 불고 바람의 방향 바뀌고 
세월이 흐릅니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헤매겠지요.
당신은 있지만 
당신에 가는 길은 없기 때문이지요.

있지만 없는 거지요. 출발하지만 도달할 수는 없지요. 삶이 그렇고 사람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습니다. 

소유를 위해 욕망하고 노력하지만 정작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 대부분은 사실 실체가 없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있지 않은 것’을 ‘있지 않다’라고 시인할 때 ‘있지 않는 것’은 순수하게 ‘있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직도 / 먼 길을 헤매겠지요. / 당신은 있지만 / 당신에 가는 길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무엇인가 찾기 위해 떠납니다. 본능이지요. 그것이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미망迷妄일지라도.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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