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중구 KB증권 명동스타PB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중구 KB증권 명동스타PB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가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공모주 슈퍼위크의 막을 열었다. 중복 청약이 제한된 만큼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 일부 증권사에서는 오히려 ‘매도’ 리포트를 내며 과열 양상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카카오뱅크 공모 청약에서 모인 청약 증거금은 오후 4시 기준 총 12조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청약 건수는 96만3019건, 경쟁률은 37.8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이슈가 된 대형 공모주들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난 4월 청약을 진행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공모 첫날 무려 22조1593억원의 증거금을 모았으며, 3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14조14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 청약에서도 16조4140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카카오뱅크 공모 청약 증거금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중복 청약이 제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공모기업에 대해 중복청약을 금지했는데,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8일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중복 청약이 제한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반 투자자 대상 물량 1636만2500주(전체 신주의 25%) 중 가장 많은 물량이 KB증권(881만577주)에 배정됐으며, 그 뒤는 한국투자증권 597만8606주, 하나금융투자 94만3990주, 현대차증권 62만9327주의 순이다. 투자금이 많아 비례 배정을 통해 많은 주식을 노리는 투자자의 경우 가장 많은 물량이 배정된 KB증권에 청약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균등 배정을 통해 최소 수량만 노리는 투자자라면 청약 마감일인 내일 오후 4시 전까지 증권사별 경쟁률을 살펴야 한다. 하나금융투자나 현대차증권의 경우 배정된 물량은 적지만 가입자 수도 다른 증권사보다 적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경쟁률은 한국투자증권이 39.4대 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KB증권 38.5대 1, 하나금융투자 32.4대 1, 현대차증권은 19.3대 1의 순이었다. 

◇ 매도 리포트 낸 증권가, “카뱅 장외가, 어이없는 수준”

1주라도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기위한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한 반면, 증권가에서는 ‘매도’ 리포트가 나오는 등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과열 양상에 대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시가총액은 기대감을 상회하여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로 공모가보다 낮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여야만 추가적인 주가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 확대, 높은 대출성장 지속, 검증된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 보여주어야 하고, 실현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카카오뱅크는 기존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대부분은 이자이익에서 창출되고,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향후 공격적인 성공 가정을 감안해도 상장은행 규모 수준의 비이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공모가를 훌쩍 넘어서는 카카오뱅크의 장외가(15일 기준 8만2000원)에 대해서도 “장외시장 일평균 체결건수 및 수량은 26건 및 776주 불과해 신뢰할 수 없으며 장외가 34조원은 어이없는 수준”이라며 “높은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이나 국내 여건 감안 시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카카오뱅크 주가를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모물량 6545만주가 우리사주조합 20%, 일반투자자 25%, 기관 55% 비율로 배정된다.

이 가운데 기관 물량의 87.6%를 외국계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 시티그룹글로벌마켓 등 두 곳이 인수했는데, 이들의 의무보유(15일~6개월) 확약 비율은 13.4%에 불과하다. 만약 단기차익 실현을 노린 매물이 쏟아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실제 SKIET의 경우 전체 공모물량의 44%가 외국인에게 배정됐는데, 이 가운데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36.6%에 그쳤다. SKIET는 상장 첫날 한때 공모가(10만5000원)의 두 배인 22만원을 넘어섰으나, 외국인이 약 3525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시초가 대비 26.43% 하락한 15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공모 청약은 27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되며, 상장일은 다음달 6일이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청약 열기를 반영해 ‘따상’에 성공할지, 증권가의 우려대로 부진한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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