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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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상장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공모가 거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반면, 증권가는 여전히 ‘고평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 증권신고서를 올려 공모가 산정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주당 공모가 희망범위로 3만3천원~3만9천원(액면가 5천원)을 책정했는데, 장외 가격에 비하면 낮지만 다른 금융지주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예상 공모가 최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약 18.5조원으로 KB금융지주(21.1조원), 신한지주(19.4조원)에 이은 3위에 해당한다. 은행만 따져보면 사실상 상장하자마자 기업가치 1위로 올라서는 셈이다. 반면 자산규모로 보면 카카오뱅크는 아직 4대 시중은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뱅크 공모가 거품 논란의 핵심은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이 아닌 로켓 컴퍼니(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파그세그로 디지털(브라질 결제서비스 업체) 등 해외 4개 디지털 금융사를 비교 대상으로 한 것이다.

증권가는 카카오뱅크의 비교회사 선정 기준이 이상하다는 분위기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교회사로 선정된 해외 피어(Peer)와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사업영역, 플랫폼 성격 등 측면에서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의 로켓컴퍼니를 제외한 3개사는 평균 자본규모가 1.5조원에 불과하고, 로켓컴퍼니는 온라인주담대를 주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던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은 모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고 공모가를 낮췄다. 카카오뱅크가 기관 수요예측을 하루 앞둔 19일 자진해서 정정 증권신고서를 낸 것 또한 이러한 전례를 의식해서 적극적으로 비교대상 선정과 관련된 잡음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을 비교대상으로 삼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과 전통 은행 사이의 라이선스와 법령상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단순히 오프라인 점포 유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은행과 IT플랫폼의 특성이 결합된 인력 구성, 상품 기획, 마케팅 방식 및 점포, IT인프라 등 각종 영업자산의 보유·운영 형태의 차별화로 귀결된다”며 “이를 통해 독립적인 금융 플랫폼으로서 지주회사 내 계열사에 국한되지 않는 전방위적인 제휴, 비용구조의 효율화, IT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의 극대화 등 기존 은행과는 차별적인 사업적 특징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이어 “높은 MAU(월간활성사용자수)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높은 성장성 역시 기존 은행들과 단순하게 비교될 수 없는 이유”라며 “압도적인 모바일 유저 기반과 활동성을 바탕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 및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상장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성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인터넷은행도 은행이라며 여전히 공모가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도 은행이기 때문에 다른 국내 은행들처럼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한다. 이는 곧 기존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의미”라며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비교대상 선정에 대해서도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산정에 사용한 비교회사는 미국 여신중개사와 브라질 결제서비스사, 스웨덴 증권사, 그리고 러시아 은행”이라며 “비교회사 선정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높은 PBR을 가진 회사 선정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기업들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은행업의 특성상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0%대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범위는 ROE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며 “국내 대형 은행 대비 7~12배 높은 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상장은행 대비 약 10배 수준의 멀티플 부여는 분명 불편하게 다가온다”며 카카오뱅크 공모가 범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은 연구원은 이어 “(카카오뱅크와) 기존 상장은행들과의 수익성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밸류에이션 간극은 ROE 가 아닌 COE(자기자본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플랫폼 및 금리 경쟁력, 부동산 중심 성장가능성 등을 감안해 은행이 아닌 코스피 기준 자본비용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반영한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는 공모가 하단에 해당되는 15.5조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영업이익 구조나 비즈니스 확장성이 다르다”며 “펀더멘털과 성장세를 감안하면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5일 상장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증권가의 우려와 카카오뱅크의 자신감 중 어느 쪽을 반영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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