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한국은행이 일단 ‘동결’을 선언했지만, 이전보다 뚜렷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남겼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금리인상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해 3, 5월 두 차례 금통위에서 연달아 인하를 결정하면서 1.25%에서 0.50%로 기준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5월까지 열린 8차례의 금통위에서 모두 동결을 결정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 또한 지난달 24일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1~2회 금리를 올려도 긴축은 아니다”라고 기준금리 인상을 암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경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굳이 이른 금리인상으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금통위는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으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 금리 인상 소수의견 1명에 그쳐

한편 금통위 결정에 대해 시장은 “예상대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록 금리를 동결했지만 오히려 지난 금통위에 비해 더욱 뚜렷하게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8차례의 금통위에서는 모두 만장일치로 금리가 동결됐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1명 나왔다.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하 통방문)의 문구 또한 지난 5월과 차이점이 보인다. 지난 5월 통방문은 “코로나19의 전개 및 주요국의 경기 상황 등을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적에 보다 유의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 통방문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이전 통방문과 내용은 같지만 통화정책 완화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또한 지난 6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는 “당분간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문장을 사용했으나, 이번 통방문에는 같은 문장에서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뺐다.

이주열 총재는 15일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5월 금통위에서 ‘당분간’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후 2개월이 경과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지만, 경기회복, 물가상승,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부터는 통화완화 정책의 조정 정도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했다”며 “금통위에서 ‘당분간’이란 표현에 대한 논의를 했으며, 그런 의도를 담아 ‘당분간’이란 표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 금리 인상 시기, 코로나19 유행 속도와 맞물려

금통위의 금리동결에도 불구하고 연내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올해 남은 세 차례(8월, 10월, 11월)의 금통위 중 언제 금리가 인상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확진자수 예측 모델에 의거 8월 금통위까지 코로나19 마무리를 확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첫 인상 시점을 10월 금통위로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금통위 구성 상 사실상 4~5명의 위원이 금리인상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7월 중 대규모 추경이 통과될 전망임을 감안하면 10월 이후 추가 금리인상 시점은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시점은 내년 1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전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지만 성장 회복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은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또한 금융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한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11월, 4 분기에도 금리 인상을 한차례 추가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코로나 재확산이 없었을 경우 7월 인상도 가능했을 정도로 한은이 경기회복에 자신감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8월 금통위 전에 발표되는 7월 소비관련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4단계 거리두기 조치 이후 확산세가 줄어든다면 8월 첫 인상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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