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꽃(청색).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수국 꽃(청색).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강한 햇빛으로 외출할 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게 되는 덥고 습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비온 뒤 시원함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름에도 형형색색의 고운 봄꽃같이 시원하고 청아한 매력을 보여주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산수국이다. 산수국은 여름을 대표하는 우리 꽃나무 중 하나로 전국의 계곡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보통은 여러 나무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며,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수놓는 경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산수국의 꽃색은 시원한 청색에서부터 자주색까지 다양한 색감을 자랑한다. 산수국의 색이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바로 자라고 있는 토양의 산도(pH)가 다르기 때문이다. 토양의 산도가 낮은 산성토양에서는 알루미늄이 쉽게 흡수되어 꽃색이 청색을 띠게 되며, 반대로 산도가 낮은 염기성토양에서는 알루미늄 흡수가 낮아 자주색을 띤다. 이러한 산수국의 특징을 보면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과학시간에 산성도를 알아보는 수업에서 리트머스 종이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산수국 꽃(자주색).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수국 꽃(자주색).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우리에게는 산수국 보다 수국이 더 익숙한 꽃나무일 것이다. 여름에 원예시장과 꽃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색종이로 접은 듯한 네모난 4장의 꽃조각이 달린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뭉치를 이루는 수국은 일본에서 도입된 수종이다.

산수국은 수국과 다르게 꽃뭉치의 바깥쪽에만 큰 꽃들이 피고 안쪽에는 꽃잎이 없는 듯한 작은 꽃들이 달려있다. 산수국의 바깥쪽의 화려한 꽃은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곤충을 유혹해서 안쪽에 있는 작은 꽃들과 함께 열매를 맺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편 수국은 암술이 퇴화된 무성꽃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꽃의 화려한 모습은 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수국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수국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우리나라에는 등나무처럼 덩굴로 자라는 수국 종류가 있는데 등수국과 바위수국이다. 덩굴성 수국은 모두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만 자라고 있어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등수국과 바위수국 모두 꽃의 전체적인 모양은 산수국과 마찬가지로 바깥쪽에 큰 꽃이, 안쪽에 작은 꽃이 모여 달린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등수국과 바위수국은 덩굴성이라는 특성과 함께 흰색꽃이 피는 것이 산수국과 다른 특징이다. 특히 바위수국은 바깥쪽 꽃조각이 한 개의 꽃잎이 달린 형태의 무성화로 피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필자가 더운 여름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나무를 감고 올라간 덩굴에서 하얀색 꽃을 피우던 바위수국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작은키나무 형태를 띠는 수국은 익숙했지만, 덩굴 형태의 수국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위수국, 등수국은 모두 내한성이 약해 중부지방에서 월동이 어렵다고 한다.

등수국 줄기와 어린 잎.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등수국 줄기와 어린 잎.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등수국 꽃(미성숙).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등수국 꽃(미성숙).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바위수국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바위수국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수국, 등수국, 바위수국은 더운 여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우리 나무이다. 청색, 자주색, 흰색 꽃의 다양한 빛깔과 더불어 씨앗과 꺽꽃이로 증식이 잘 되는 나무의 특성은 조경용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중요한 생명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 우리 주변에서 청아하게 피어있는 산수국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움과 정성어린 관심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