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소식에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와 관계 없이 변동하는 정치 테마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9일, NE능률은 전일 보다 3200원(11.99%)하락한 2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30일 낮 12시 현재 NE능률은 전일 대비 4.26% 하락한 2만2500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NE능률은 최대주주인 윤호중 hy(옛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NE능률 외에도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 이후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임원들이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동문이거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된 동양은 29일 12.95% 하락한 23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마찬가지로 윤 전 총장과 동향, 동문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꼽히고 있는 웅진(-5.76%, 3110원), 덕성(-9.67%, 2만4300원), 서연(-7.46%, 1만8600원)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종목들은 대부분 올해 3월초부터 윤 전 총장과의 연관성이 주목을 받으며 상승세를 탔다. 30일 현재 이들 종목은 모두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됐던 이들 종목이 하락한 것은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 테마주는 기업가치보다는 유력 정치인과의 연관성이나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변동한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실제로 출마가 공식화되자 ‘재료 소멸’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2월 1일 이후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2월 1일 이후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정치테마주가 연관된 유력 정치인의 이벤트 전후 급등, 혹은 급락하는 현상은 이전에도 반복해서 증시를 흔들어왔다. 지난 3월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관된 종목들의 주가가 급변한 바 있다. 특히 안 대표가 창업한 ‘안랩’ 주가는 단일화 여론조사가 발표된 23일, 장중 한때 7만8400원까지 올랐다가 결과 발표 후 6만10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정치테마주의 문제는 실적과 관계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해당 정치인과 관련된 이벤트가 끝나고 재료가 소멸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테마주의 ‘널뛰기’ 현상은 대선에서 더욱 극심한 형태로 나타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7년 발표한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의 정치테마주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6~19대 대선에서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7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선거 직전과 직후 모두 누적비정상수익률(CAR)이 음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거 직후 5거래일 동안은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수익률이 하락했으며, CAR 평균 -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선과 낙선을 가리지 않고 주가가 하락하다보니 기대감에 해당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도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1년간(2011년 6월 1일~2012년 5월 31일) 정치테마주 35개 종목 투자자들의 매매손실을 분석한 결과 195만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테마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실제 다른 대선에 비해 18, 19대 대선에서는 정치테마주의 특징적 현상으로 꼽히는 ‘상한가 굳히기’(의도적으로 종가를 상한가로 만든 뒤, 다음날 추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맞춰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것)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남 위원은 18, 19대 대선에서 상한가 비율이 낮아진 이유로 “시장조치를 통한 금융당국의 적극적 역할”을 꼽았다. 금융당국의 시장조치와 그에 따른 수시 공시가 대폭 증가하면서 정치테마주 거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다만 남 위원은 정치테마주 현상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남 위원은 “투자자, 상장기업, 규제당국의 적극적 대응을 아무리 강조해도 국내 주식시장의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후진적 행태라고 할 수 있는 정치테마주 현상이 근절되기는 요원하다”며 “근본적으로는 정경유착의 관행이 사라지고 기업의 본질가치에 대한 평가 능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도록 체질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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