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들이 자립해 살 수 있게 우리 함께 도와요"

13~30만명. 청년재단에서 현재 추산하는 전국의 고립청년(은둔형 외톨이) 숫자다. 고립청년은 방, 혹은 집안에서만 생활하면서 가족 외의 사회 관계를 단절하고 사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고립청년들의 실상이 대중에 알려지고 그 숫자가 적지 않은 것이 드러나자 사회는 이들을 돕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해왔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도 그 중 하나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고립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서울 성북구에 기숙사(정릉 달팽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떻게 고립청년들을 돕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교육팀장을 맡고 있는 오오쿠사 미노루 씨를 25일 만났다. 미노루 씨는 2012년도부터 한국에서 쭉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사진=K2인터내셔널의 교육팀장 오오쿠사 미노루 씨
사진=K2인터내셔널코리아의 교육팀장 오오쿠사 미노루 씨

다음은 미노루 씨와 일문일답이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한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일본에서 32년 전에 시작된 K2인터내셔널그룹의 한국지사다. 일본에서 투자를 해서 2012년도에 만들어진 법인인데, 본사는 일본에 있고 등교거부, 은둔형외톨이, 니트(NEET) 청년ㆍ청소년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그룹이다. 

K2 명칭에 특별한 뜻이 담겨 있나.
-등산복 브랜드 K2와는 전혀 상관없다. 일본의 대표님이 카나모리 카츠오라는 이름인데, 그 분이 호주에 사셨을 때의 닉네임이 K2였다. 그래서 K2 인터내셔널이 됐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의 프로그램 중 하나가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는 건가.
-맞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게 공동생활 프로그램이다. 같이 살면서 함께 살고 함께 일하며 함께 성장하는 게 우리 모토다.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집에 있어도 긴장되고 눈치가 보이고, 뭔가 더 괜찮은 ‘나’를 보여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죄책감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집에 있으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된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 있던 청년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서로 응원하고, 위로받고 그냥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K2인터내셔널 정릉 기숙사 앞
사진=K2인터내셔널코리아 정릉 기숙사 앞

정릉 기숙사에는 어떤 분들이 거주하고 있나.
-원래 집에서 고립생활을 보냈던 청년, 청소년들이다. 보통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라고 많이 부른다. 대부분 부모와의 갈등이 있거나, 사회로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거나 교류 활동 참여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적으로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다. 그 청년들이 우리가 하는 공동생활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있다. 거주 인원은 20명 정도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나. 
-일단 같이 사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자고 일어나고 옆에 눈 뜨면 누군가가 살고 있고 그러면 어떻게든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딪칠 수도 있지만 부딪쳤다가 화해하고 그것 자체가 큰 프로그램이다. 
또 여기서는 식사를 만들어주는 분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당번을 정해서 두 명 정도씩 교대로 식사를 만든다. 그것도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회의를 해서 먹고 싶을 걸 얘기하고 레시피를 구하고 그에 따라 스탭이랑 같이 음식을 만든다. 

그럼 공동생활 프로그램의 효과가 있었나.
-그렇다. 그 전까지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가, 여기와서는 다른 사람들이랑 소통을 하는 것이 괜찮아지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일을 구해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여기 있어도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여기 오기 전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어쨌든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렇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사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

다른 활동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공동일터가 있다. 작년 여름까지는 정릉시장안에 돈부리집을 하나 운영했고,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올해 3월에 다시 정릉시장 안에 카페를 하나 운영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일을 하는 훈련을 받고 “아 일한다는 것이 아런 것이구나” “나도 일할 수 있구나 ”하는 자기 유용감을 얻고 괜찮으면 저희가 고용을 해서 직접 일까지 해보는 단계를 밟아가는 지원 플랜을 갖고 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를 통해서 은둔형 외톨이를 극복한 사례가 있나.
-은둔 생활을 하는 한 청년의 어머님이 신청을 해서 여기 온 사례가 있다. 초기에는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이) 괜찮은 것 같다가 중간에 사람들하고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부딪치기도 했고 어느 정도 지나서 지쳐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와서 “그때 경험이 나한테 많이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후에 그분이 만화어시스턴트로 취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정말 기뻤다. (은둔형 외톨이를 극복하는 일을) 긴 시야로 봐야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사례였다.

보람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15살 청소년이 왔던 적이 있는데, 그와 여기 있을 때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이 있어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중에 (K2 인터내셔널코리아에 있던) 그때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없었을 것 같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 여기 있을 때는 티격태격하고 힘든 경험을 했지만 마음은 통하는구나 하고 보람을 느꼈다.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부모님도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첫 번째다. 아이가 우리 생각대로 행동해야 한다거나, 아이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고 “일단 아이의 생각부터 듣자” 라는 식으로 부모부터 마음이 가벼워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진실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부모님이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그 동안의 습관 때문에 어떤 말이든 얘기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부모님 스스로 만들기가 어렵다.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전문적인 개입을 우리가 하는 거고, 우리가 아니더라도 심리상담, 가정교육 프로그램을 들으셔서 단순히 아이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가정 전체가 바뀔 수 있도록 지도를 해보실 것을 권유한다.


은둔생활이 길어져도 사회로 다시 나올 수 있나.
-그렇다. 그런데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확실하다. 빠른 시일에, 청소년기에 변화를 시도하면 더 효과적이다.

은둔생활을 벗어날 생각이 없는 사람을 사회로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억지로는) 못한다. 그렇게 해봤자 효과적이지도 않고 해봤자 잘 안 된다. 두꺼운 옷를 벗게 하려면 따뜻한 햇빛이 필요하다는 동화가 있는 것처럼 본인이 (사회로 나올) 필요성을 느껴야 된다.

무작정 기다려야 하나.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방에서 안 나오는 이유는 바깥 세상이 겨울이라서 안 나오는 거다. 동물 같은 경우는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가정이 겨울이면 가정을 봄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사회로 나가는 것이 어려운 경우는 사회가 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 주변에 작은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그런 커뮤니티다. 서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가능성을 같이 찾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나도 (밖에) 나가 봐도 될까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거다. 바깥은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 따뜻한 곳이구나, 봄이구나 이런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정책적인 것, 경제적인 것, 인력적인 것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우리가 도와주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사람들이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은둔형 외톨이를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 서울시에도 없고 정부에도 없다. 조례라도 있어야 센터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금도 받고 무료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 관련) 조례나 정부의 정책이나 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인 것도 문제다. 청년재단에서 일부 보조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 지원이 없다보니까 대상자에게 프로그램 비용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상담 비용과 기숙사 비용이 그렇게 싸지는 않다. 그런데 그 비용을 낼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고, 우리는 대안학교나 복지단체처럼 뒤에 안정적인 경제 기반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3년전부터 청년재단에서 1년에 10명에 대한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어서 청년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세 번째는 경제적 기반이 약한데서 오는 인력 부족 문제다. 올해 서울시 청년청의 은둔형 외톨이 발굴과 지원 용역 사업체로 선정되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예산도 많이 부족해서 충분한 인력을 고용할 수가 없다. 그런 부분에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그 부분을 은둔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그 경험을 재산으로 활용하고 활용하는 <은둔고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은둔도 스펙이 되는 사회'가 우리의 슬로건이다. 이렇게 지원을 받은 사람이 또 지원을 하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이다. 

은둔 생활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은둔에서 벗어나고 싶다하는 그런 용기를 아주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동안 겪었던 힘든 경험들은 결코 부정해야 하는 흑역사도 아니고, 부끄러운 경험도 아니고 자신만의 소중한 재산이다. 힘든 경험을 많이 한 만큼 성장할 수 있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 21세기에 필요한 건 뭔가를 잘 하는 사람인 것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함께 하겠다.   

<참조>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는 서울시 청년들을 위해서 은둔형외톨이 발굴과 지원사업을 6월부터 진행 중이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공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전국에서 첫번째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신청을 하면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참조링크: https://youth.seoul.go.kr/site/main/youth/politics/user/detail/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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