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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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팝펀딩 사모펀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의 경징계를 받았다. 최근 한투증권이 부실 사모펀드 100% 보상을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금융당국의 징계를 앞둔 다른 금융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2일 팝펀딩 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기관주의’의 징계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한투증권이 팝펀딩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 설명확인의무, 부당권유 금지의무, 투자광고 절차 등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이 감봉 등의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이번 제재심에서 한투증권이 받은 ‘기관경고’는 사전통보한 ‘기관경고’보다 한 단계 감경된 것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는 ▲등록·인가 취소 ▲업무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기관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되면 한투증권은 향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되지만, 징계가 감경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에는 한투증권의 선제적 피해구제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은 지난 16일 라임, 옵티머스, 팝펀딩, 젠투, 디스커버리 등 10개 사모펀드와 관련해 투자원금 100%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에는 디스커버리 펀드(기업은행)처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100% 미만(40~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거나, 아직 금융당국의 검사 및 제재가 완료되지 않은 펀드도 있어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은 한투증권의 전액 보상 조치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실제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21일 금감원에 1000여매의 탄원서를 전달하며 한투증권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게다가 공대위는 한투증권 계좌 개설 신청 및 주거래 변경 운동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한투증권이 전액 보상이라는 결단으로 경징계를 끌어낸 만큼, 아직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다른 사모펀드 판매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수차례 제재심을 열고 라임·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으나, 아직 금융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 중 현직 CEO가 중징계를 받은 판매사의 경우, 분조위에서 전액 반환을 권고하지 않았더라도 한투증권의 조치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투증권과 판매한 펀드가 겹치는 판매사의 경우 여론 악화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 한투증권과 마찬가지로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의 경우 피해자들이 금감원에 분쟁조정 재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기업은행과 윤종원 행장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결단을 내려, 피해자들에 대한 손실보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우리·하나은행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인 만큼, 은행·증권사들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통제기준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사 CEO 징계가 가능한지를 따지는 재판에서 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준다면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기존 징계 수위가 낮춰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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