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나답게 만드는 건 경험을 통해 커지는 내 능력이야” 영화 ‘HER(그녀)’의 주인공 캐릭터 인공지능 사만다가 남긴 말이다.

영화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대필작가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이 상황이 어쩌면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상인간들이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 인간과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모습을 하고, 각자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가지고 온라인에서 활동을 한다. 외형적으로도 이질감이 많이 들었던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보다 훨씬 인간과 유사해졌다.

사진=버추얼 휴먼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버추얼 휴먼스 홈페이지 갈무리

18일 기준 가상인간 정보 사이트 ‘버추얼 휴먼스’에는 여러 사이버캐릭터들과 가상인간들이 함께 올라와 있다. 이들 중에는 일반 만화캐릭터같은 형상도 있지만, 실제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들도 있다. 이들은 각자의 인격을 지니고 실제 사람처럼 인터뷰도 한다. 

사진=김래아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김래아 인스타그램 갈무리

기업들은 이미 이런 가상인간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의 김래아다.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최대 ITㆍ가전 전시회 CES2021의 LG 프레스 콘퍼런스에는 가상인간인 김래아가 나와 영어로 쇼를 진행했다.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지닌 김래아는 23세 음악가로 소개됐다.

김래아는 가상의 존재이지만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도 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1.1만명이나 되고, 마치 실제 사람이 올린 것 같은 게시물도 80개나 올라와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실제 인간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래픽 기술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상인간이 활동할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김래아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고 홍보나 마케팅과 관련해서서는 다양한 방안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네온의 기업용 서비스 모델 중 하나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제작’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기상캐스터 이미지컷, 삼성뉴스룸
사진=네온의 기업용 서비스 모델 중 하나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제작’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기상캐스터 이미지컷, 삼성뉴스룸

LG보다 먼저 가상인간의 포문을 연 것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작년 CES2020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네온’을 소개한 바 있다. 네온은 가상인간이지만 실제 사람과 같은 형상과 표정으로 사용자에게 반응하고 기억을 학습해나갈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은행 점포에 네온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아직 가상인간은 개발 중이며 현업에 도입되지는 않았고 도입을 할 예정이다. 꼭 네온뿐만 아니라 AI은행원을 도입할 예정이고 고객 응대 업무, 대직원 교육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코리아>에 “네온에 대해서는 B2B쪽에 치중하고 있어서 오픈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는 않다. 최대한 인간과 가깝게 기술 개발 중에 있다. 완성형이 아니라 어떻게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최근에는 브라질 현지에서 영업사원 대상의 가상 트레이너용으로 도입한 ‘샘’이 이슈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진=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사진=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가상인간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사람 연예인처럼 늙거나 병들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퍼져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다. 에스파는 현실의 아이돌 멤버와 가상 세계 아바타가 공존한다는 콘셉트의 신개념 아이돌로, 인공지능 시스템 ‘나비스’의 도움을 받아 ‘싱크’라는 연결 신호를 통해 현실 멤버들과 가상인간인 각각의 아바타가 소통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아이돌이 팬들 사이에서는 ‘이상향’적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마음껏 외형과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상인간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듯하다. 

아직까지 가상인간은 대체로 ‘검토 중’, ‘개발 중’으로 막 첫걸음을 뗀 듯한 상황이지만 여러 기업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만큼 향후 온ㆍ오프라인에서 가상인간의 쓰임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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