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중사 분향소
사진=이 중사 분향소

성추행 피해를 알리고 생을 마감한 이 중사의 분향소는 고요했다.

분향소에 도착한 시각은 9일 오전 9시 30분. 분향소가 자리한 성남 국군수도병원장례식장 1층은 각 단체, 정당 등에서 보낸 근조화환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분향소에서 만난 군인에게 물어보니 조문객이 하루 80명에서 100명 사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조문을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이들이 더 많지 싶었다. 

분향소 내부는 이 중사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평소 고인이 좋아했었을 듯한 과자와 고양이 인형 세 마리, 성경책, 건강보조제, 그리고 국화꽃이 함께 놓여져 있었다. 고인은 평소에 고양이를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고인의 따뜻했던 성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듯, 브로콜리 너마저의 ‘바른생활’이라는 곡이 때마침 분향소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고인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듯 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방안에만 있었지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을 피해 도망가는 마음으로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던 날들 답답했던 긴 시간 동안 나는 나를 돌보지 않음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 

브로콜리 너마저 ‘바른 생활’ 中

사진=이중사 분향소
사진=이 중사 분향소

유족들의 건강 상태는 취재진의 잇단 방문 등으로 매우 피로해진 상태였다. 유족 측 변호사인 김정환 변호사는 “취재요청이 너무 많아 아버님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셔서 오늘은 인터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분향소를 찾은 한 중년 여성은 연신 “(이 중사의 삶이) 아까워..”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다른 여성 조문객에게 다가가 묻자 다른 “(현역인) 선배여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본인이 7년 전 육군하사였다면서 “부사관하면서 군대에서 보람도 느꼈지만, 조직에 말단에 있는 사람들은 잘못된 일이 있는데도 윗선에 보고 하기 힘든 문화, 그리고 잘못된 일에 대해서 신고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분위기가 싫어서 그냥 전역을 했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시민은 이 중사 사건이 잘 해결되기 위해서는 “부대 내에서 사건이 발생해도 상급부대에 보고가 되고 조치가 제대로 된 후 인사평점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제 식구 감싸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사망사고, 의문사, 성범죄는 민간 검찰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 중사 유족들
사진=이 중사 유족들

5촌 이모라고 밝힌 한 유가족은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 같으냐고 묻자 “다 자식가진 부모 마음이고,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더 잘 하시겠지 믿으려는 마음이 커요. 다 자식 키우는 입장 헤아릴 거 아니예요. 잘 하시겠지 나는 그렇게 믿으려고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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