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8일 제작사와 OTT 간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 사진=유튜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채널

드라마 IP(지식재산권) 배분 문제에 대해 제작사와 플랫폼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제작사는 IP를 방송국·OTT 등 플랫폼이 가져가는 시장 구조를 문제 삼는다. 반면 플랫폼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IP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8일 ‘OTT 시대, 드라마 제작사의 고민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드라마 제작사 도레미엔터테인먼트·키이스트, OTT 웨이브·티빙 및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송병준 회장은 개회사에서 “OTT 시장 확대가 드라마 제작사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지만, IP를 모두 넘기는 조건의 계약은 제작사를 단순 용역업체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사 ”플랫폼이 IP 갖는 구조 불합리”

도레미엔터테인먼트 김운호 본부장이 OTT 시장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채널

이날 화두는 ‘저작권’이었다. 도레미엔터테인먼트 김운호 본부장은 “OTT 외주제작사의 경우 제작비를 100% 회수 가능하지만, 문제는 IP를 모두 OTT가 갖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CJ ENM 강호성 대표가 통신3사와 콘텐츠사용료 문제로 갈등하며 언급한 내용이 국내 콘텐츠 유통구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난달 “콘텐츠는 글로벌 수준에 올랐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유통구조는 국내시장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플랫폼이 본연의 사업인 유통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영국에서는 제작보다는 유통에 중점을 둬, 제작사에게 IP를 주는 관행이 있고, 덴파크 TV2의 경우 100% 투자와 유통에만 집중하고 제작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해외 사례를 들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성민 교수는 제작사와 플랫폼이 상호 필요성을 인정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소비주기 연장, 산업연계 등으로 IP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며 “플랫폼이 모든 IP를 갖는 하청모델이 제작사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성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채널

그는 애니메이션·웹툰 시장 등 다양한 모델을 고려해 제작사와 플랫폼이 IP를 나누고 동반 성장하는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저작권은 복제권·공연권·공중송신권·전시권·배포권·대여권·2차저작물작성권 등 여러 권리를 포함한다”며 “서로 어떻게 나눌 건가를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업계는 드라마와 다른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제작사가 IP를 보유하지만, 대신 제작비 대비 편성료 비중이 매우 낮다. 이에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IP를 활용한 부가 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웹툰업계의 경우 작가가 중심이 되는 모델이다. 작가나 제작사가 저작권을 갖고, 플랫폼이 위임받는 형태다.

이 교수는 드라마 제작사가 IP 확보에만 그치지 않고, 활용 역량과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제작사가 콘텐츠 흥행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키이스트 오승준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콘텐츠가 글로벌 히트하면 바로 자립이 가능한 수준인데, 한국에서는 쉽지 않아 좋은 대본을 써두고도 제작진과 플랫폼 찾는 게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오 본부장은 또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 IP는 저희 것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조금씩 확보해가는 과정이었는데, OTT 등장으로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기존보다 더 많은 권리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OTT업계 ”플랫폼이 먼저 성장해야”

국내 OTT업계는 IP 배분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양보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티빙 양시권 팀장은 “플랫폼이 글로벌 진출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야만 제작사와 상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은 배분 문제보다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웨이브 노동환 정책협력부장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는 “현재 플랫폼 시장은 오리지널과 독점 콘텐츠 수급을 위한 머니게임 중”이라며 “토종 OTT가 글로벌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IP가 필요하고, 현재 웨이브는 기확 스튜디오를 통한 제작사와의 협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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