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일간 도지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최근 7일간 도지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도지코인이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상장 소식에 힘입어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도지코인을 처음 만들어낸 개발자는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앞서 코인베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오는 3일부터 전문투자자 특화 플랫폼인 ‘코인베이스 프로’에서 도지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거래량 기준 미국 최대 규모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거래목록에 도지코인이 등록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29~32센트를 횡보 중이던 도지코인은 코인베이스 발표 이후 2일 한때 43센트를 돌파하며 급격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3일 낮 12시 현재 도지코인은 전일 대비 13.9% 오른 42.42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 1센트도 되지 않는 가격에 거래됐던 도지코인은 올해 들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의 지지 트윗 등으로 인해 지난달 한때 70센트를 넘어서는 등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하락세에 들어서며 불과 약 3주 만에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30센트대까지 가격이 폭락했으나, 코인베이스 상장 소식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투자자들은 도지코인의 반등세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지가 목줄을 풀고 달리고 있다”, “강아지 얼굴 보기도 싫었는데, 이제 다시 귀여워 보인다”, “도지코인 대기권 돌파” 등 반등을 기뻐하는 투자자들의 농담 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도지코인 개발자 빌리 마커스는 3일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을 기부할 수 있는 자선단체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도지코인 개발자 빌리 마커스는 3일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을 기부할 수 있는 자선단체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반면, 도지코인을 처음 만든 개발자는 최근 도지코인의 급등락과 투자자들의 모습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잭슨 팔머와 함께 도지코인을 개발한 IBM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도지코인은 팁 전용 화폐로 사용되면서 널리 확산됐다. 레딧 팁 봇은 수많은 도지코인 거래를 만들어냈다”며 “커뮤니티가 그때의 문화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 ‘팁’은 (도지코인의) 최선의 활용 사례"라고 말했다.

‘레딧 팁 봇’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 사용자에게 보상을 지불하는 수단이다. 잭슨 팔머와 빌리 마커스가 장난삼아 만들어낸 도지코인도 처음에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창작자의 기여를 보상하기 위해 팁을 주는 용도로 사용됐다. 

마커스가 2014년의 문화로 되돌아가자고 말한 것은, 투기의 대상이 된 현재 도지코인의 모습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퍼뜨렸던 초기와 달리, 현재 도지코인은 다른 알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도박에 가까운 투자의 대상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마커스는 도지코인을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투자자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마커스는 “도지코인을 팔고 백만장자가 된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준 모든 사람, 모든 것들을 저버렸다.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도’는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과 비슷하다. 이별을 합리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이게 떠나는 사람들이 끔찍한 행동을 하는 이유다. 당신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커스 본인은 이미 지난 2015년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보유했던 도지코인을 모두 처분한 상태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위험한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보유자산 대부분을 인덱스 펀드나 자산관리서비스 웰스프론트에 넣어 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마커스가 도지코인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도지코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투기가 아닌 더 나은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커스는 3일 트위터에서 “도지코인을 통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등 수많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며 “도지코인을 선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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