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진=피해자 이 중사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원 캡처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세상을 떠난 고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이다. 먼저 사건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이 중사는 지난 3월 회식 자리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임인 장 모 중사의 지시였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 중사는 꺼렸지만 상관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석했다. 

성추행은 회식이 끝난 뒤 발생했다. 이 중사가 술자리 후 차 뒷자리에서 가해자인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 이에 대해 이 중사의 어머니는 MBC와 인터뷰에서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한 거예요.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잖아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중사는 차문을 박차고 나와 곧장 상관에게 신고했다. 신고를 접한 노 모 준위는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 중사를 회유했고, 또 다른 상관은 “없던 일로 해달라”며 합의를 종용했다. ‘사건이 공식화되면 방역 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도 피해를 받는다“며 ”상부에 보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 중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도 사건이 발생 이틀 뒤에야 이루어졌다. 결국 이 중사는 지난 4월 15일 성고충담당관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장문의 메일을 보냈고, 그 후 15전투 비행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15전투 비행단에서도 괴롭힘은 이어졌다. 이 중사가 피해자가 아닌 관심병사 취급을 받은 것. 결국 부대를 옮긴 지 나흘 만인 5월 21일, 이 중사는 남자친구와의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이 중사가 왜 혼인신고까지 마치고 생을 마감했는지 궁금증이 남는다. 이는 그만큼 성추행 피해가 컸고, 극복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반증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를 관심병사로 몰아 2차 가해까지 하게 만든 폐쇄적 군 조직 문화가 이 중사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제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의 성추행 외에 2차 가해 여부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중사는 휴대폰 녹화를 통해 마지막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중사 유가족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본인의 억울함과 힘듦을 이야기하기 위해 동영상을 남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사건은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으로도 올라와있으며, 2일 기준 28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와 함께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달라는 다른 청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1일 성명문을 내어 “성추행은 3월 2일에 벌어졌다.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은 5월 말이다. 무려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군은 무엇을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낯선 부대로 쫓겨가듯 떠난 것은 소속부대의 총체적 피해자 보호 실패”라고 말했다. 

이어 “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든 것은 군”이라면서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2차 가해를 일삼은 이들과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지휘관에 대한 엄중 수사와 문책을 요구한다고 했다. 

현재 강제 추행건에 대해서는 국방부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 경찰이 수사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는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도 내부적으로 논의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