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업은행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계약취소에 따른 투자원금 전액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

금융감독원이 환매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에게 투자 원금의 40~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따른 전액반환을 요구해온 피해자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서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및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대해 사후정산방식에 의한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해당 펀드를 6792억원어치 판매했으나, 자금을 운용한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DLI)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재 761억원(269계좌)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분조위는 이날 부의된 2건에 대해 모두 기업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분조위는 기업은행이 ▲투자자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으며(적합성원칙 위반)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하고 관련 위험요인 및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고(설명의무 위반) ▲상품선정 및 판매 과정의 부실, 공동판매제도 관련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도 크다고 판단했다. 

2건에 대한 배상비율은 60~64%로 결정됐다. 우선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DLF, 라임펀드 등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30%를 적용하고,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을 고려하여 글로벌채권펀드는 20%,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는 15%를 각각 가산해 각각 50%, 45%의 기본배상비율이 책정됐다. 여기에 판매사의 책임가중사유 및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이 산정됐다. 

글로벌채권펀드에 가입한 A법인의 경우, 판매직원이 법인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하고, 가입서류의 자필기재 사항을 누락된 것을 발견해 사후 임의기재한 것으로 밝혀져 64%의 배상비율이 적용됐다.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가입한 B씨는 채권형 저위험상품(4등급) 만기가 도래해 지점에 방문했으나, 판매직원이 고위험상품(1등급)의 투자를 권유하면서 위험 관련 설명을 누락해 60%를 배상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40~80%(법인은 30~80%)의 비율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분조위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 퇴임 이후 김근익 수석 부원장 대행 체제에서 실시된 첫 번째 분쟁조정 절차인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강경 기조인 윤 전 원장 퇴임으로 인해 제재심·분조위가 한층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 이번 분조위에서는 올해 열린 두 건의 라임 펀드 관련 분조위(신한·우리은행)에 비해 낮은 기본배상비율이 적용됐다. 

이번 분조위 결정에 대해 피해자들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경악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옵티머스 펀드와 마찬가지로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의 100%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은) 그간의 피해자들의 요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금융사의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결과를 내놓았다”며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보다 금융사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이번 분조위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대책위는 기업은행과 당사자 간 사적화해를 통해 새로운 배상기준안으로 자율조정을 할 것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집단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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