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대우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얼마 전 신문기사에 대우건설과 모 증권회사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증권회사는 2020년에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서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았지만, 대우건설은 2년전에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정도로 숨어 있는 부실이 있었는데 정말 좋아진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대우건설과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손익과 자산 현황을 비교해보았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제법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2020년에 대우건설과 GS건설의 손익이 2019년보다 좋아진 것과 관련된 자산의 증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현대건설은 2018년부터 매년 계속하여 자산이 감소하는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손익을 살펴보면 대우건설의 2020년 실적은 엄청나게 우수한 것이다. 우수한 경영실적에 대하여 누가 표창장이라도 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대우건설은 2018년 대비하여 2020년 매출액이 20% 정도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2018년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하였고, 매출액 10조의 GS건설과 비슷하고 매출액 17조원의 현대건설에 비하여 뛰어난 실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인하여 진행기준 회계처리에 대한 회계감사 기준이 엄격해 짐에 따라서 대부분의 건설회사 매출채권 등이 줄어든 것처럼, 2020년 대우건설의 매출채권과 기타채권과 미청구공사 금액도 2018년 대비하여 1천억원 정도 감소되었다. 

따라서 대우건설의 2020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분식회계와 거리가 먼, 다시 말하자면 사실에 입각한 숫자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점이 다소 보이기 시작한다. 

즉 대우건설은 2018년 대비하여 2020년 매출 및 기타채권과 미청구공사 금액이 겨우 1천억원(5%) 정도 감소하였지만, GS건설은 2018년 대비하여 매출 및 기타채권과 미청구공사 금액이 4천억원(10%)이나 감소하였고, 현대건설의 경우에는 5천억(9%)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대우건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2020년 세 건설회사의 매출액과 매출채권 등을 비교하였을 때, 대우건설은 25%이고 GS건설은 20% 현대건설은 23%이므로, 세 건설회사 중에서 매출액 대비한 매출 및 기타채권과 미청구공사 금액이 제일 많은 것이다. 세 회사 중에서 꼴찌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우건설의 재고자산을 보면,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의혹이 확실하게 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대우건설의 재고자산이 2019년 대비하여 2020년에 6천억원(180%)이나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내역은 대우건설 재무제표와 주석 어디에도 설명이 없다. 

다만 재고자산 주석에 이런 식의 회계학 원론에나 나오는 표현이 있을 뿐이다. “재고자산은 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작은 금액으로 표시되고, 재고자산의 원가는 원자재, 저장품에 대하여는 선입선출법을 적용하여 평가하고 있으며, 가설재료는 취득원가에서 사용기간에 따른 손료를 차감하여 계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재고자산 증가는 GS건설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지만 GS건설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반면에 현대건설은2019년 대비하여 2020년 재고자산이 오히려 35%나 줄어들었다. 더구나 현대건설은 재고자산의 증감 내역을 토지와 건물과 원재료 등으로 세부내역을 주석에 기재하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GS건설은 2019년 보다 2020년 재고자산이 6천억원과 55백억원이 증가한 사유를 밝히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분식회계를 점검하는 측면에서는 대우건설의 2020년 비상식적인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숫자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재고자산 증가액 6천억원을 의심스럽게 주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2020년에 갑자기 6천억원의 재고자산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경우다. 즉 토지를 구입하여 이를 사업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 토지를 매입한 6천억원이 일시적으로 재고자산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하지만 해당 공사가 시작되고 진행기준 회계처리가 적용되면 저 토지는 더 이상재고자산이 아니라 반드시 공사원가에 포함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아파트공사는 토지 매입은 건설업체가 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자산으로 수 천억 원의 재고자산을 보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약 대우건설이 최근의 지가 상승을 이용하여 사업용이 아닌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라면 부동산 투기가 된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2년전에 이미 매각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그 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시 매각 시장에 내놓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런 방식의 부동산 투기를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6천억원이라는 재고자산의 증가는 2020년 뛰어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만들기 위하여 거짓 매출을 만든 결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허위 매출에 대응하는 자산 증가를 매출 및 기타채권이나 미청구공사에 반영하는 것은 단순한 분식회계 방법이다. 그러나 허위 매출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재고자산인 토지를 증가시키는 방식이라면 매우 파렴치하고 비상식적인 것이다. 이렇게 하여 대우건설을 매각 시장에 내놓는 것은 구매자와 투자자를 단순하게 속이는 수준이 아니라 사기를 실행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은 대우건설의 재고자산 증가 내역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고 공지하기 바란다. 만약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회사가 먼저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면 대우건설과 산업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은 큰 창피를 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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