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가계빚이 천문학적인 수치인 1000조원에 육박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주택담보대출 탓이 크다.

 6월말 현재 전체 가계빚 922조 가운데 43%인 395조가 주택대출이다. 가계빚을 단시간내에 눈덩이처럼 불린 1차적인 원흉인 셈이다.

 수입이 반토막난 상황에서 집값마저 떨어지니 대출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올 상반기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재조정(워크아웃)이나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2배로 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계빚 부실의 도화선에 불이 불을 경우 부동산 시장과 금융권에 도미노식 파장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빚을 떼일까봐 금융사가 대출회수에 나설 경우 갚을 길이 막막한 대출자들은 집을 경매로 떠넘기게 되고, 이는 부동산가격의 폭락을 불러 다시 집 담보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 결과는 가계의 파산과 금융권의 연쇄도산이다. 최악의 가계발 금융위기 시나리오다.

 ◇수입 반토막·집값 폭락...주택대출 부실화 부채질

 1997년 IMF위기이후 시중은행에서는 “주택대출이 가장 안전하고 이자수입도 짭짤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기업여신에 치중했던 제일, 조흥, 한일은행 등이 부실에 쓰러진 반면 가계대출에 힘을 쏟았던 국민은행이 1위 업체로 등장하면서 이 논리는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2~2007년 부동산버블 시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은행들은 앞다퉈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일단 빌려주고 보자’ 는 식으로 돈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수입은 제자리인데 부동산 광풍을 타고 집을 구매하겠다는 사람은 줄을 잇는데다 금융기관마저 경쟁적으로 대출을 권하니 가계빚이 수직상승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자를 갚을 만한 고정적인 소득이 있고 빚으로 사들인 집의 가격이 올라만 준다면야 전체 가계빚이 늘어난다고 한들 문제될 것이 없다.

 가계는 내 돈 들이지 않고 재산을 불려가니 좋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 떼일 염려 없이 이자를 챙기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윈-윈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09년 세계금융 위기가 시작되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집값하락’ 이라는 단 한가지 요인이 가계와 금융권을 연쇄부도로 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67%로, 2006년 6월말 0.71% 이후 최고수준이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한마디로 금융권이 대출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외관련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초기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4%로,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미국의 130%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게 FT의 진단이다

 ◇'마이너스' 아파트 속출...다세대·연립주택 값도 '뚝뚝'

 대출자가 주택대출 부실문제를 줄이는 방법은 두가지다.

 수입을 늘리거나 아님 집값이 뛰면 된다.

 하지만 유럽발 경제위기로 직장에서 쫒겨나거나 장사를 공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입은 1년새 반토막이 났다.

 그렇다고 집값이 뛸 기미를 보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르기는 커녕 집값 하락이 대세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의 86~95%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전국 주택가격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또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입주한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현재 매매값이 분양가격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가 55%에 이르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트에 이어 이젠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다세대·연립주택 값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은행·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다세대 ·연립주택 평균 가격은 2010년 8196만원에서 2011년 6798만원으로 17.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의 주택 평균 가격이 2.1% 오른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문제는 아파트에 비해 다세대나 연립주택 거주자들의 벌이가 시원찮다는 사실에 있다,

 지난해 전국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상소득은 3273만원으로 아파트 보유주의 수입 5103만원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가구 평균소득 4000만원보다도 낮다.

 그런데 평균 담보대출액은 2919만원으로 연립·다세대주택 집값 6798만원의 42.9% 수준이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한 대출이 봇물처럼 터지게 된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올들어 빚을 견디지 못해 연립·다세대 주택이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대법원의 경매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수도권 경매시장에 나온 다세대·연립 주택 매물은 826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4.7%나 급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올해도 부동산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0.2% 오르는데 그쳤다.

 ◇모건스탠리 "DTI 완화도 역부족...부동산시장 1년간 침체"

 금융당국이 빼든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조치마저 무너지는 집값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데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20-30대 직장인들과 부동산등 자산이 있는 은퇴자들의 주택대출 한도를 대폭 늘려주었다.

 하지만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DTI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침체가 앞으로도 6~12개월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그 이유로 △한국의 불확실한 경제 전망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 △소득 수준 대비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을 꼽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급쟁이가 10년간 차곡차곡 모은 금액을 집값의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30년간 연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메가며 또 빚까지 떠안아가며 집을 살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오히려 주택구입 보다는 추가로 대출을 받아 사업이나 생활자금으로 타쓰는 일탈행위가 기승을 부릴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PB팀장은 " 대출을 조금 더 받게된다고 집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자산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출을 추가로 받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개인회생 신청 2배↑...'불량 대출자' 1년새 80만명

 빚을 갚을길이 없는 주택대출자들은 신용회복위윈회·법원을 노크하거나 아예 채무불량자로 추락하고 있다.

 22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프리워크아웃(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8275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322명(39%) 늘었다.

 2009년 4월 시작된 워크아웃 신청자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크아웃은 저소득층보다 중산층이 구제받는 제도다. 따라서 워크이웃이 급증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가 ‘빚 구덩이’에 빠져들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대부업 등 제2금융권 연체자들의 신청이 폭증하고 있어 빚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1만 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57건보다 2배로 늘었다.

 개인회생 제도는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인 워크아웃 제도와 달리 원금까지 탕감받을수 있으며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사채도 포함한다.

 한발 더 나아가 빚을 못 갚겠다며 아예 '백기'를 드는 개인 파산자나 신용불량자도 속출하고 있다.

 신용평가전문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가계대출자 1667만 6000명 가운데 금융권에 빚을 제때 못갚은 '불량 대출자'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4.78%, 79만7000명이라고 밝혔다.

 불량률은 최근 1년간 채무불이행으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3개월 넘게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대출자 비율을 의미한다.

 즉 금융사에 제때 빚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도에 '불량딱지'가 붙은 사람이 한해에만 79만 7000명 생겼다는 뜻이다.

 연간 80만명에 이르는 `불량 대출자'가 쏟아진 것은 가계빚의 부실우려가 현실화되는 징조로 볼 수 있다.

 `정상'과 `부실'의 한계선에 서있던 대출자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한채 줄줄이 '파산자'로 주저앉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부실이 통상 경기변동보다 6개월 정도 뒤늦게 나타나는만큼,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만큼 앞으로 부실덩어리가 더 커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에서는 상환 가능성이 큰 채무자들도 적극적으로 워크아웃제도나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모럴해저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은 곧바로 무너지게 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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