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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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시장 출시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ETF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 결정을 5월에서 6월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SEC는 통상 45일간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데, 오는 5월 3일 반에크의 비트코인 ETF 검토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SEC는 “규정 변경 제안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사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파생상품으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거래되고 있지만, 이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종목으로 구성된 것일 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아니다.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ETF가 출시된다는 것은 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에 공식 편입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경우 강력한 상승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게다가 새 SEC 위원장으로 임명된 게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의 경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강의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아직 불충분한 규제 및 가격조작 위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SEC가 결정을 연기하면서 일각에서는 미 증시에서 비트코인 ETF를 거래하는 것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Fortune)은 29일 “아직 비트코인 ETF를 위한 적절한 때가 아닐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인 암호화폐를 전통 금융시장에 포섭하기 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춘은 “ETF의 장점은 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ETF는 개인지갑과 키 관리, ‘무서운’ 거래소와 세금 등 복잡한 문제들을 제거해줄 것”이라면서도 “쉽다는 것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을 어떻게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춘은 “암호화폐 시장은 정해진 시간이 없다. 시장은 결코 닫히지 않고, 투자자가 자고 있을 때 가장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탈중앙화된 자산을 은행가들에 의해 규정된 주식시장에 가둔다는 것은 엄청난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포춘은 이어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 투자상품에 적용된 모든 제약에 얽매인 혁신 기술에 참여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기술혁명의 일부를 직접 소유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28일 ‘렉스 칼럼’을 통해 “비트코인 ETF는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FT는 “비트코인은 투자를 단순하게 만들지만, 자산의 근본적인 성격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ETF 자산은 유동적이어야 하지만, 비트코인처럼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이 제한된 자산의 경우 일부 ‘큰 손’에 의한 가격조작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FT는 이어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비트코인 ETF에 열려있는 인물”이라면서도 “겐슬러 의장에게는 투자자에게 과도한 위험을 전가하는 ‘로빈후드’ 등의 트레이딩 앱이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열풍과 같은 더욱 긴급한 우선 과제가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SEC가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점차 암호화폐 관련 파생상품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SEC도 뜻밖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제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는 이미 지난 2월 비트코인 ETF가 출시돼 두 달 만에 자산규모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서도 지난 3월부터 이더리움 상장지수상품(ETP)이 거래되고 있다. 

다만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시에 암호화폐 ETF가 상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SEC가 ETF와 관련해 한 달 뒤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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