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에픽세븐 유저들이 경기도 성남시 스마일게이트 본사 인근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코리아

에픽세븐 유저들이 성명문 발표에 이어 트럭시위에 나섰다. 게임 내 산발적인 오류와 악용자 제재 수위에 대한 불만, 적대적 운영이 도를 넘었다는 것. 서비스사 스마일게이트는 내달 9일 에픽세븐 페스티벌 2021 행사 Q&A 코너를 통해 최근 불거진 ‘설국 사태’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에픽세븐 유저들은 지난 28일부터 트럭시위를 진행 중이다. 해당 트럭은 내달 11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 사이에 경기도 성남 스마일게이트 본사 인근을 순회할 예정이다.

기자가 29일 현장에 방문해보니, 트럭은 LED 전광판에 기재된 요구사항과 스피커에서 울리는 북소리로 행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이들은 트럭시위 추진을 위해 약 700만 원을 모금했다. 에픽세븐 유저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소비하면서까지 현장으로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트럭시위 발단은 ‘유저 적대적 운영’

에픽세븐 유저들이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문 일부. / 사진=아카라이브 에픽세븐 채널

아카라이브 에픽세븐 채널 회원들은 지난 23일 게임 운영진의 태도를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유저들은 성명문을 통해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장인아 대표는 ‘과금 유도보다 안정적 밸런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현재 에픽세븐에서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사안에 대해 유저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저들의 집단행동은 아카라이브 회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의 성명문에 공감하는 공식 커뮤니티 스토브 회원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럭시위를 기획한 유저 A씨는 29일 <이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에픽세븐은 2주마다 방송을 통해 소통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의견을 반영해주는 부분도 많아 감사하지만, 가장 핵심인 ‘머라고라(스킬 강화 재료)’ ‘골드’ ‘강화석’ 등 재화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 중”이라고 강조했다.

에픽세븐은 현재 확률형아이템 구매 시 특정 캐릭터를 확정 제공하는 이른바 ‘천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캐릭터 수급에 대한 부담은 경쟁사 게임 대비 낮은 편이다. 그러나 캐릭터를 강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를 상쇄해, 결국은 고액 과금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A씨는 소통 부재로 유저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 이번 집단행동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트럭시위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방송은 제기능을 잃었고 건의 게시판은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어 사실상 소통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운영진이 신규 유저 유치를 위해 수익을 재투자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점점 한탕식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도한 BM 설계, ‘설국 사태’ 불렀다

최근 에픽세븐에 업데이트된 신규 캐릭터 '설국의 솔리타리아' / 사진=에픽세븐 스토브

여러 커뮤니티 회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설국 사태’다. 에픽세븐에는 이달 중순 신규 캐릭터 ‘설국의 솔리타리아(이하 솔리타리아)’가 업데이트됐다. 솔리타리아는 디버프 스킬 중심의 캐릭터다.

문제는 솔리타리아의 스킬 매커니즘이었다. 유저들은 솔리타리아 출시 전 과금을 통해 디버프 스킬에 면역인 캐릭터를 준비하며 PvP 콘텐츠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솔리타리아는 면역을 제거하고 디버프를 부여하는 유례없는 방식의 매커니즘을 갖춰, 면역 캐릭터 수급에 들인 금액이 무색해졌다.

당초 운영진은 해당 스킬이 ‘공격 시’ 디버프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면역 제거 후 디버프를 부여하는 데 2턴이 소요되지만, 실제로는 1턴이면 가능했다. 이와 관련해 운영진은 “처음 도입한 방식이지만, 기존 규칙과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다”고 사과했다.

운영진이 사전 정보제공에 미흡하지 않았더라도 BM(비즈니스 모델) 설계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직전에 판매한 캐릭터에 반격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곧바로 출시한 부분은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BM 설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장인아 대표 책임론도 부상

29일 에픽세븐 유저들이 경기도 성남시 스마일게이트 본사 인근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코리아

에픽세븐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장인아 대표가 2년 전 사과문을 통해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던 게임이다. 현재 소통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다시 고조된 상황이지만, 장 대표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 대표 명의의 사과문은 의미가 깊다. 게임 운영정책에 관여해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성명문에 장 대표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운영진은 설국 사태로 최대 80만 원가량의 금전적 피해를 입은 유저들에게 4만 원 상당으로 보상하는 데 그쳤다. 최근 발생한 아레나 버그 악용자들에도 30일 이용정지 솜방망이 제재를 가했다.

유저들은 평소에도 과금액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갈한다. 유저 B씨는 “가전제품 매장에서 80만 원대 청소기를 구입하면 직원이 1대1로 응대하면서 친절하게 도와주겠지만, 에픽세븐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저 C씨는 “소통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무과금 운동에 동참하거나 게임을 더이상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류에 관한 대처도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솔리타리아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에서 산발적으로 오류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지만, 즉각 조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저 A씨는 “신규 컨텐츠, 재화 소모량 개선, 장기간 픽업되지 않은 캐릭터 픽업 등도 요구하고 있지만 무시되고 있다”며 “서비스 3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에픽세븐의 여정을 꾸준히 따라왔지만, 저희는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조차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커뮤니티 회원들과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공식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유저들은 간담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지만, 스마일게이트는 실시간 소통을 피하는 대신 사전에 질문을 받고 선별한 뒤 답하는 Q&A를 내달 9일 방송할 예정이다. 이마저도 명목은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인 ‘에픽세븐 페스티벌 2021’ 일정 중에 마련한 Q&A 코너다.

스마일게이트는 소통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솔리타리아 스킬 매커니즘은 의도한 바지만 캐릭터 이해에 혼란을 일으킨 점은 사과했다. 오류 수정에도 긴급하게 조치하고 있으며, 아레나 버그 악용자의 경우 제재 기록이 있을 경우 영구 이용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저들의 간담회 개최 요구에 대해서는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에픽세븐 모든 유저분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만큼,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자세하고 성의 있는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며 “Q&A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등 개발사로서는 업계에서 견고한 입지에 있다. 다만 퍼블리셔로서는 ‘카오스마스터즈’ ‘탄: 전장의 진화’ ‘워레인’ 등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는 등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에픽세븐의 경우 2019년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 인수로 운영과 개발진 간 의견 공유가 수월해진 만큼, 운영 이슈 해소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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