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장기도서관에서

Hongmija, 함께께하다 11. Mixed media(도판), 32*27cm,2018.
Hongmija, 함께께하다 11. Mixed media(도판), 32*27cm,2018.

 

도서관 카페에서 차 한 잔,

저쪽 구석에서는
귀엣말로 속삭이는 두 남녀.

창밖에는 안개비 몇 알이

글자를 지우고 
책을 지우고 
살짝
풍경을 그리는데,

보이다 지워지고 
지워지다 보이는 
길 따라
멈춘 것처럼 흘러가는 
빗길―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추억은
금세 아득해지는데
조용한 빗소리같이 들려오는
그대 생각.

도서관에 갔으면 책상에 앉아 책을 봐야 하는데 도서관 카페에 먼저 갔습니다. 창밖에는 안개비, 도서관에 온 목적을 이미 잊고 도서관 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저쪽 구석에서는 / 귀엣말로 속삭이는 두 남녀’ 때문일까요. ‘흘러가는 빗길’에 ‘조용한 빗소리같이 들려오는 / 그대 생각’ 때문일까요.

‘글자를 지우고 / 책을 지우고 / 살짝/ 풍경을 그리’다가 책 읽는 일은 벌써 물건너간 날이었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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