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몸짓, 한지 아크릴 목탄, 50*30cm.
이은주, 몸짓, 한지 아크릴 목탄, 50*30cm.

 

아침 예불을 마치고 
해가 차츰 법당 창문으로 들어올 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가 울다가 잠이 들었다. 그 아이는 꿈속에서 부모를 찾기라도 했는지 해시시 웃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 아이를 그냥 두어야 하겠느냐? 아니면 깨워야 하겠느냐?"

한 제자가 답합니다. "꿈속에서나마 부모를 찾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기쁨을 누리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다른 제자가 답합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가 부모를 찾은 꿈을 꾼들 그것은 꿈일 뿐이니 더 큰 슬픔이 오기 전에 깨우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그러면 너희들이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잠들어 보아라.“

봄날 하루가 조용히 노을로 물들고 있을 때,
거기에는 스승도 제자들도 없었습니다.

모든 심각한 일들이 그때가 지나면 싱거운 일이 될 때가 많습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도 같습니다.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감정들도 오래 가지 않습니다. 순간이고 찰나입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만 삶의 꼬리에는 항상 죽음이 매달려 있습니다. 나타남에는 사라짐이 존재에는 소멸이 함께 합니다.

일장춘몽一場春夢, 황량일몽黃粱一夢, 호접지몽(胡蝶之夢) 등의 고사성어는 인생을 현실이 아닌 꿈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짧고 덧없고 허망하다는 뜻이겠지요.

‘봄날 하루가 조용히 노을로 물들고 있을 때, / 거기에는 스승도 제자들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무리 기쁘고 슬퍼도 일일지몽一日之夢 정도가 우리가 향유할 시간이 아닐까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