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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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환매중단된 라임CI(크레딧인슈어드)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에 투자원금의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제재심을 이틀 앞둔 신한은행으로서는 곧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오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부의된 2건에 대해 모두 신한은행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분조위는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점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의 다른 투자대상자산(사모사채, 다른 집합투자기구)의 투자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한 점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내부통제 미흡 및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배상비율은 ▲고령투자자에게 위험상품을 판매한 건에 대해서는 75% ▲원금 및 확정금리가 보장된다며 소기업에 최저가입금액 이상의 투자를 권유한 건에 대하서는 69%를 적용했다. 두 건 모두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에 대해 25% 등 총 55%가 기본배상비율로 적용됐으며, 판매사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이 산정됐다.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다른 건에 대해서는 이번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신한은행과 피해자들 간에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재 환매연기된 라임CI펀드 약 2739억원(458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이번 분조위 결정을 통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분조위에서 결정된 배상기준은 지난 2월 우리은행 사례와 거의 동일하다. 당시 분조위는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상품 출시‧판매 관련 내부통제 미흡 ▲리스크 사전점검 ▲직원교육자료 및 고객설명자료 미흡 ▲일부 초고위험상품 판매 등을 이유로 고령투자자에게는 78%, 소기업에게는 68%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적용된 기본배상비율 또한 55%로 동일하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이번 분조위 권고를 수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라임CI펀드는 손실이 미확정된 상태로 아직 최종적인 배상액을 산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판매사인 신한은행이 ‘추정 손실액을 기준으로 배상한 뒤 손실이 확정되면 사후정산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분쟁조정도 진행될 수 없다. 신한은행이 사후정산에 동의하고 분조위를 연 이상, 우리은행 사례와 비슷한 수준의 배상비율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이틀 뒤 라임펀드 관련 금감원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제재심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주의적 경고)과 진옥동 신한은행장(문책경고)의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진 행장의 경우 중징계를 통보받은 상태라 징계 수위가 낮춰지지 않으면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

만약 신한은행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해 제재심에서 피해구제 노력을 인정받는다면 징계수위가 한 단계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일 제재심에서 우리은행이 피해구제에 적극 나선 점을 인정받아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징계가 경감된 바 있다. 

문제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금소처는 지난 제재심에서 우리은행이 피해구제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의견을 냈지만,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분조위 권고 수용이 금소처의 판단을 바꿀 수 있다면 제재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피해자들은 분조위 수용 여부와 징계 수위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19일 논평을 내고 “세간에서는 22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제재심에서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는 경우 경징계를 예상하고 있지만 분조위와 제재심은 별도의 행정행위로 일고의 참작사유도 고려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것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결정이 제재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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