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에 있었던 산업은행 국정감사장에서 회자된 유명한 말이 있다. 그것은 “부실은 있어도 분식회계는 없었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이 2013년과 2014년의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적정한 것인가? 그렇다면 2015년 1분기의 수천억 원 적자 발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분식회계를 하였다는 말이 아닌가? 등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렇다. 경영환경이 악화되거나 부실경영을 하게 되면 기업의 경영실적은 부실하게 된다. 이것을 그대로 재무제표에 반영하여 공시하면 적정한 것이고, 이것을 보기 좋도록 숫자를 조정하면 분식회계가 되는 것이다. 2015년 11월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고발과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 엄청난 분식회계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그에 따른 처벌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2020년 항공업체 결산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검토해보니 2015년의 대우조선해양과 유사한 모습이 조금 있는 듯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항공업체 네 곳의 2020년 손익과 자산 현황을 2019년 대비하여 분석해보자. 이 네 항공업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으로 선정하였다. 

항공업체 재무제표를 보면 세 가지를 알 수가 있다. 첫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020년의 매출은 2019년 대비하여 30% 정도 감소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반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2020년 매출액이 2019년 대비하여 무려 70% 줄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에 대하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화물 물동량이 2019년보다 증가하여, 매출 감소액이 저가항공사보다 적게 감소하였다고 말한다. 

둘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 환산 이익 규모가 2019년 대비하여 엄청나게 좋아져서, 두 항공사의 2020년 외화 환산 이익이 전년보다 6~10배나 좋아졌다. 반면에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3~6배 정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반면에 외화 환산 손실은 네 항공회사 모두 2019년보다 2020년이 더 나빠졌다.

셋째 손익 현황이 아닌 재무상태표에서 자산 현황을 비교해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020년 자산에 갑자기 ‘매각예정자산’이라는 금액이 5~6천억 원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자산에는 매각예정자산이 전혀 없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과 외화환산이익이 티웨이항공보다 더 많은 숫자와 자산 현황의 매각예정자산 숫자와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2015년에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할 때 매출액을 늘이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미청구공사대금에 증가시켰던 것과 흡사한 듯하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두 항공회사는 분식회계를 한 것이 된다. 과연 이런 종류의 분식회계를 2020년에도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조금 더 정밀하게 짚어 보기로 하자. 첫째 매출액은 저가항공사의 매출액 감소를 적용하고, 화물항공의 증가를 감안하는 방식으로 추정하더라도 2019년 매출액 대비하여 60% 수준을 넘기가 힘들다. 

이것은 2019년 대비 30% 수준인 저가항공사 매출액에 화물물량 증가 30%를 더한 것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운송 점유율 차이 5.5% 줄여서 54.5%를   기준으로 추정하였다. 이렇게 2019년 매출액 대비한 60%와 54.5% 숫자를 구하면 대한항공 매출액은 7조 4천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조 7천억원이 된다.  

둘째 외화환산이익과 비용을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찾아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외환환산이익이 2019년 445억원에서 2020년 4,356백억원으로 10배나 증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또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외화환산이익이 6배나 증가한 것도 흔히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가령 삼성전자의 외환관련 이익과 손실을 비교하여 보면, 2019년 대비한 2020년 외환관련 손익이 크게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티웨이항공의 2019년 대비하여 3배 좋아진 외환환산이익을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의 외화환산이익을 다시 추정해보면, 대한항공은 3천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천억원 제주항공은 1백억원이 된다. 그러면 지금 세 항공사가 2020년 결산서에 반영한 숫자와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저가항공사 기준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다시 산정해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020년 결산 숫자가 조금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나빠진 것만큼 매각예정자산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대한 세부 자료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검증을 할 방법이 없다. 이것은 회계법인만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회계법인이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 이미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서 적정하다고 말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회계감사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제보가 알려지고 나서 대우조선해양과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를 금융감독원이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그저 2020년 매출액과 외화환산이익과 매각예정자산의 실질 여부를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다.

만약 누가 보아도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잇는 숫자를 결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은 금융감독기관의 잘못이 될 것이다. 합리적 의심이 될만한 숫자를 금융감독기관이 회계감사를 통하여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한 뒤,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 결과를 공시하는 것도 금융감독기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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