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코인마켓캡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의 일주일간 가격 변동. 도지코인(7위)만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코인마켓캡

미국 재무부의 자금세탁 조사설로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도지코인만 유독 상승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명인의 발언에 가격이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 자칫 지나친 관심이 투기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8일 6만1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나, 각종 악재가 겹치며 5만3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하룻밤에 약 13%나 가격이 떨어진 비트코인은 19일 낮 12시 현재 소폭 반등해 5만7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18일 급락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리플 등 다수의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들이 18일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이날 하락세에는 ▲미국 재무부가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 여부를 수사한다는 루머 ▲터키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결제 금지 결정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 초기투자자 및 경영진의 보유 지분 46억 달러 매도 ▲중국 신장지역 정전에 따른 채굴 지연 등 다양한 악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총 10위권 암호화폐 중 18일 하락세를 비켜간 것은 도지코인 뿐이다. 실제 도지코인은 19일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9.44% 오른 1개당 33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하락한 18일에도 26센트에서 31센트까지 반등하는 등 ‘나홀로’ 상승세를 보였다.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다보니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거래된 도지코인은 약 17조원 규모로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약 15.5조원)을 넘어섰다. 

투자 열기가 커지다보니 도지코인에 붙은 ‘김치프리미엄’(김프, 국내외 거래소간 가격 차이)도 커졌다. 19일 현재 도지코인의 김프는 업비트와 바이낸스를 비교했을 때, 약 16% 수준이다. 대장코인으로 불리는 비트코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국내 시장에서의 가격거품이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도지코인에 대한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불어나면서 위험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 등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시바견 밈(meme)을 차용해 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로, 소셜미디어에서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팁이나 기부금을 모금하는데 사용돼왔다.

하지만 개발 목적이 불분명하고 특별한 기술적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내재된 가치에 대한 의문부호가 항상 따라다녔다. 특히 최종 발행량이 정해져있는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공급량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자연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윗에서 도지코인의 상승세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윗에서 도지코인의 상승세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특별히 거래에 사용되지도 않고, 공급량이 무제한이라서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불확실한 도지코인의 가격이 상승한 것은 유명인들이 도지코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면서부터다. 미국의 유명 래퍼 스눕독은 지난 2월 트위터에 자신의 얼굴에 시바견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며 스스로를 ‘스눕도지’라고 불렀고, 록 밴드 키스의 진 시몬스도 스스로를 ‘도지코인의 신’이라 부르며 애정을 드러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트위터에 모래폭풍이 도시를 뒤덮는 사진을 올리며 이를 도지코인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휩쓰는 것은 “필연”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머스크의 흔한 농담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몇 차례의 언급 때마다 가격이 오르자, 머스크는 지난 17일 자신의 과거 트윗에 놀란 눈모양의 이모티콘을 댓글로 새로 남겼다. 

유쾌한 인터넷 유행에서 시작된 도지코인이 시가총액 6위의 대형코인으로 성장하면서, 더 이상 유명인들의 농담을 농담으로만 들을 수 없게 됐다. 대규모의 자금이 몰려있는 만큼 자칫 시세조작 시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 내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머스크의 도지코인 시세조작 혐의를 수사 중이라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화폐 및 자산으로서의 역할도, 기술적 강점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터넷 유행에 힘입어 가격이 급등한 만큼 투자에 따르는 위험도 클 수 있다. 도지코인 공동개발자인 빌리 마커스는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난삼아 만든 코인에 사람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며 즐거우면서도 당혹스럽다는 소감을 남겼다. 실제 마커스는 “나는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대부분의 자산을 S&P500 인덱스 펀드나 웰스프론트에 넣어 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인터넷 유행이 장기간의 가격 상승을 이끌 수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게임스탑’ 열풍은 금방 사그라질 것 같았지만, 게임스탑 주가는 1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55달러로 2월 폭락 시점의 4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유행이 주도한 투자 열풍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가면 결국 가라앉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국내외 거래소간 도지코인 가격 차이도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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