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1의 액면분할을 하루 앞둔 카카오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개미들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액면분할과 기업가치는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월 25일 주식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1주→5주)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오늘(14일)까지 매매가 일시 정지됐으며, 15일부터 신주가 상장된다. 액면분할 후 카카오의 발행주식 수는 기존 8870만4620주에서 4억4352만3100주로 늘어나게 된다. 

거래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일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목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매수를 준비해야 한다”, “거래재개 후 장 초반에 매수해야 할지 고민된다” 등 액면분할 후 주가 향방과 투자결정을 고민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실제 카카오와 같은 대형주가 액면분할을 하는 경우 투자 문턱이 낮아져 거래량이 늘어나고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5~2018년 유가증권시장의 액면분할 사례 39건을 분석한 결과 거래정지 이후 60일 거래량이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경우는 24건이었다. 특히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7건 중 5건으로 거래량 증가 경향이 두드러졌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개인투자자의 매매점유율은 16%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8년 5월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한 이후 40.6%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액면분할로 인한 거래량 증가과 개인투자자 유입이 꼭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주주 수와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액면분할 직전 265만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2018년 5월 4일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재개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 초 3만745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직전 주가를 회복한 것은 2019년 12월로 약 2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같은 해 액면분할한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액면분할 직전 72만5000원이었던 네이버 주가는 2018년 10월 12일 14만2000원으로 조정됐으나 같은 달 11만원대까지 급락했다 2019년 중반에 들어서야 반등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전후 개인투자자 점유율(위) 및 주요 기업 액면분할 전후 60간 거래량 변화. 자료=NH투자증권
삼성전자 액면분할 전후 개인투자자 점유율(위) 및 주요 기업 액면분할 전후 60간 거래량 변화. 자료=NH투자증권

실제 연구결과 또한 비슷한 결론을 제시한다. 서정원 성균관대 교수는 2018년 발표한 ‘무상증자, 액면분할, 주식배당: 주가와 거래량 효과’ 논문에서 “무상주 발행 세 수단 모두 공시기간 전후 단기적으로 유의한 양(+)의 평균초과수익률을 실현하지만, 발행 후 1년~3년간의 기간에 대해서는 세 수단 모두 평균 초과 수익률의 유의성이 없거나 절반이 넘는 기업이 음(-)의 초과수익률을 나타냈다”며 “일시적으로 긍정적 주가반응을 이끌어낼지는 모르나 장기 주가부양 효과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에 따른 단기 거래량 증가보다는 실질적인 기업가치와 시장의 평가에 초점을 맞춰 투자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카카오의 경우 최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데다, 지분 23%를 보유한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이 추진되고 있다. 실적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KB증권은 “카카오의 올 1분기 예상 매출액은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6% 증가, 예상 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80.3%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가상화폐 시장 활황과 거래대금 상승으로 두나무 관련 지분법이익 기여와 지분 가치가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314.2배로 네이버(63.7배)의 다섯 배에 달한다. 동종업계 평균 PER(99.9배)을 고려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액면분할 이후 일시 조정세가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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