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권고를 받아 들고 고민에 빠졌다. 단독으로 3000억원이 넘는 부담을 짊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악화된 여론과 금융당국의 제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 일반 투자자의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고,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설명하고 실제로는 부실 사모사채를 사들이거나 펀드를 돌려막는 등 비정상적인 자산 운용을 해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만기 6~9개월)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자산운용사의 설명에만 의존해 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제안서나 자체 제작한 상품 숙지자료 등으로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95%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 NH투자증권 '구상권' 청구할까

당초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이 있다며 ‘다자배상안’을 주장했으나, 분조위는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적용되면 일단 NH투자증권(판매사)이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돌려준 뒤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환매중단된 옵티머스 펀드의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을 판매했는데, 이 중 3078억원을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판매했다. 이번 분조위에서 논의된 2건은 신청된 300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인 만큼, 전체 일반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전액 반환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면 3000억원을 단독 배상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향후 구상권 청구를 통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일부 부담을 넘길 수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이번 분조위에서는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의 공동책임이 거론되지 않은 만큼, NH투자증권으로서는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피해구제를 위해 70% 선지급안을 실시하면서도 일부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하는 등 상당한 내부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다자배상안을 주장해온 배경에도 이사회가 계약취소 후 전액 반환이라는 분조위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우려가 놓여 있다. NH투자증권은 이사회가 분조위 권고를 거부하면 오히려 판매사와 투자자 간 소송전이 벌어져 배상이 지연될 것이라며, 다자배상안이 피해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옵티머스 사태 피해자 및 경제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NH투자증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 피해자 및 경제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NH투자증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피해자 반발에 금융당국 제재까지... NH투자증권 ‘사면초가’

문제는 NH투자증권이 마냥 다자배상안을 주장하며 분조위 권고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다자배상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등은 분조위가 열린 5일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H투자증권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피하기 위해 ‘다자배상’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와 피해자와 금융당국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음날에도 다시 논평을 내고 분조위 결정을 환영하며 “고객들의 신뢰를 이용해놓고도 판매사로서 최소한의 역할·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NH투자증권은 지금이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금감원 분쟁조정 결정을 수용하여 피해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고 금융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증권사 임원의 중징계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위에서 징계 수위를 완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징계 수위가 완화되려면 판매사의 적극적인 피해구제 노력이 인정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정 사장의 징계가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한 단계 낮아진 것도 지난해 70% 선지급안을 실시하고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먼저 검찰에 고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 노력한 부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조위 권고를 거부하고 투자자들과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오히려 금융위의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한편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NH투자증권이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수락하는 경우 성립하게 된다.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권고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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