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참여 유저 "로펌 선정 완료, 소송인단 모집 중"

PC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 유저들이 개발사 그라비티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선다. 게임 내 아이템 복사 사건으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32개 계정에 속한 172개 캐릭터가, 33종 아이템 496만2160개를 부당 취득하고 일부 현금화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밝혀졌다. 길드 창고 시스템을 통해 아이템 복사가 가능했던 오류를 악용한 것이다.

이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내 경제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이었다. 아이템 복사로 희소가치가 줄어듦에 따라 시세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일반 유저들은 공성전 등 PvP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성능이 더 우수한 아이템이나 복사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그라비티는 길드 창고 오류가 언제부터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저들은 2017년께부터 악용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의 본질적 매력인 ‘타 유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료 아이템도 구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피해 규모는 파악이 불가한 수준이다.

그라비티 이현일 팀장이 지난달 1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길드 창고 오류에 대해 설명했을 당시 모습. / 사진=유튜브 그라비티 채널 캡처

라그나로크 온라인 유저들은 피해배상을 위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판례 중에는 아직 아이템 복사 버그 문제로 게임사가 유저들에게 피해배상한 경우는 없다. 다만 그라비티가 오류 사실을 인지한 지 한참 지난 시일에 유저들에게 공지해 피해 규모가 커진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소송인단 대표 A씨는 “그라비티가 오류 사실을 공식 발표한 직후에도 오류가 개선되지 않았었다”며 “인력이나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이며, 게임 운영에 소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 화면. 본문과 관계 없음. / 사진=라그나로크 온라인 웹사이트 캡처

<이코리아>는 소송 배경에 대해 상세히 듣기 위해 A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소송인단 대표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그라비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씨: 유저들은 수년 간 해당 사건이 단순 오류에 그치지 않고, 악용자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그라비티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그때마다 묵묵부답 혹은 이상 없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오류 악용자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공지한 것은 최근 일이다.

또한 공지에서 악용자 계정을 제재했다고는 하지만, 일부는 아직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이다. 오류를 악용했으나 제재 명단에 없는 유저도 존재한다.

원래 소송까지 진행할 의사는 없었다. 다만 오류 악용자가 그라비티의 제재를 회피했다는 주장을 자랑하듯 피해 유저들에게 알리자 인내하기 힘들었다. 유저들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그리고 그라비티의 조사 과정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공지 이후에도 오류 악용자가 활개칠까 생각했다.

그라비티의 공지 자체도 미흡한 면이 있다. 악용자 명단과 회수한 복사 아이템을 구분해서 공개 중인데, 어떤 악용자가 어느 아이템을 얼마나 생성해 판매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유저들이 어떤 악용자에 의해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류 악용자들로 인해 라그나로크 온라인 아이템 가치가 하락했다. 유저들은 현금으로 환산하면 1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그라비티가 전수조사 및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

3월 중순부터 로펌을 수소문했다. 현재 로펌 선정은 마친 상황이며,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소송 비용은 제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뿐 아니라, 최근 그라비티의 다른 게임인 라그나로크 오리진·M에서 불거진 운영 이슈나 확률 조작 의혹 피해자들과도 함께 진행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과 의논 중이다.

기자: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언제부터 즐겼는지, 게임 내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A씨: 2001년 라그나로크 온라인 베타테스트 시절부터 즐겨왔다. 과금액이 누적 2억 원가량일 정도로 애착이 깊은 게임이다.

게임을 접한 지 오래됐다 보니 눈에 띄는 문제점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계정도용 사건 대처가 미비한 것 같다. 가해자의 아이템을 회수하지 않고 새롭게 생성해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이템 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주먹구구식 조치로 보인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사측이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간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임에도 직업이나 스킬별 밸런스 형평성이 떨어지는데, 이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업데이트하기 때문인 것 같다.

기자: 이 밖에 언급하고 싶은 것은.

A씨: 현재 소송인단 및 로펌과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라그나로크 오리진·M 유저들과 함께 사측에 게임 운영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트럭시위를 재차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라비티의 이번 길드 창고 오류에 대한 대처를 보면서 실망감이 컸다. 악용자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오류를 인지하고도 즉시 밝히지 않았다는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추적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고용을 늘려야지, 언제까지 유저들의 눈을 가릴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A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도 그라비티에 부당한 부분을 지적하고, 악용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라비티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에서는 운영 관련 문제가 산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모바일 MMORPG 라그나로크M에서는 과금·무과금 유저 간 차별을 두기 위해, 약 3년 동안 확률형 아이템 사용 시 획득 확률을 달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이 때문에 싱글플레이 패키지게임보다 오류 수습에 있어 더 큰 책임을 요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현재 그라비티는 길드 창고 오류 악용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1일 <이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유저분들께 추가적으로 안내드릴 내용이 생기면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류가 발생한 정확한 시기 및 악용자 조사결과의 신뢰성 등에 대한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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