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숙, 생명의 길, water color on paper, 130*60cm, 2014.
신의숙, 생명의 길, water color on paper, 130*60cm, 2014.

 

꽃이 피었냐고 물어오면
꽃이 피었다고 답합니다.

꽃이 지었냐고 물어오면
꽃이 지었다고 답합니다.

봄날 꽃들은
하늘과 들에 수놓듯이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이렇게 봄날은 
혼란스러운데,

당신의 편지는
꽃이 피었냐고 물을 뿐
당신의 편지는
꽃이 지었냐고 물을 뿐.

‘강물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 임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 /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 오늘도 강가에서 기다리다 가노라.’ 김동환(시인/1901~ 1958) 선생의 <강물이 풀리면>입니다.  

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떠나는 것도 아니지요. 오지도 가지도 않고 잊을만하면 간간히 안부만 전해 옵니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속마음만 타게 합니다. 그래서 봄이면 더욱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 꽃이 피냐고 물을 뿐 / 당신의 편지는 / 꽃이 지냐고 물을 뿐’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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