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자,  징검다리 꽃 2017, 14*14cm. 조합토+테라시즐라타.
홍미자, 징검다리 꽃 2017, 14*14cm. 조합토+테라시즐라타.

 

꽃이 피면, 
이내 꽃이 지노니,

이 봄 한철
저 서러운 것들이
서러움을 더한다.

저 봄날, 
봄꽃 위에
무엇을 매달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한철
한때의 내 사랑도

봄꽃처럼 피면
봄꽃처럼 서럽게 지노니.

산과 들은 온통 꽃들의 축제입니다.

매화, 목련, 벚꽃, 진달래를 앞장세운 봄은 단거리 선수처럼 출발선에 다른 꽃들을 다시 봄의 운동장에 줄 세웁니다. 매일 앞다투는 꽃들의 경주는 제법 팽팽한 긴장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우리 눈앞에는 화려한 서양식 코스요리처럼 꽃들이 놓입니다.

이렇게 눈부시게 피는 꽃에 바람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꽃들은 쉬 떨어집니다. 그러니 봄은 꽃들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꽃들의 장례식이기도 합니다. 꽃 피는 곳에 꽃이 지니까요. 어쩌면 봄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생명 속에는 죽음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때문일 겁니다. 죽음이 없는 생명처럼 추하고 어이없는 게 어디 있겠어요. 유한함의 인식에서 아름다움은 극대화되니까요.

‘봄꽃처럼 피면 / 봄꽃처럼 서럽게 지’더라도 ‘이 아름다운 한철 / 한때의 내 사랑’이 있었으므로 봄에는 피는 꽃이나 지는 꽃은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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