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나란히 참석해 의원들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나란히 참석해 의원들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가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횡보를 거듭하자 정치인 테마주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가 발표된 지난 23일, 안랩 주가는 전일 대비 15.4%(1만1500원) 하락한 6만3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안랩은 안 후보가 창업한 정보보안업체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안 후보가 1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 주가는 이날 오전 7만8400원까지 상승했다가, 오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6만1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성급하게 정치인 테마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손실을 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3거래일간 안랩 주식을 144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23일 안랩 거래량은 약 305만주로 이전 10거래일 평균 거래량의 6배가 넘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인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종목까지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되 정치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가공업체 진양산업은 지주사인 KPX홀딩스의 양준영 부회장이 오세훈 후보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오세훈 테마주’로 분류된다. 써니전자 또한 전직 임원이 안랩 출신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꼽힌다. 진양산업 주가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23일 전일 대비 22% 상승한 9140원에 장을 마감한 반면, 써니전자는 3325원으로 전일 대비 20.1% 하락했다. 

최근 정치적 이슈가 반복해 이목을 끌면서 이처럼 황당한 이유로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변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NE능률의 경우 최대주주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사임하기 전 3000원대 초반을 횡보하던 NE능률 주가는 윤 전 총장이 사임하자 상승하기 시작했고 최근 대선 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하게 나오자 더욱 급등해 24일 낮 12시 현재 1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NE능률은 윤 전 총장 이슈에 따라 주가가 급변하자 “NE능률의 사업과 윤 전 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직접 연관성을 부인해도 ‘투심’에 기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성급한 투자를 감행하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종목토론실에는 관련 정치인의 행보에 대한 언급 외에 다른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정치인 테마주 관련 게시판에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고 묻는 개인투자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어 올라오는 등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치인 테마주는 정치인과의 실질적인 연관성도 희박한 데다 실적이나 사업 전망과 상관없이 주가가 변동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는 24일 “지난주 정치 관련주의 주가 상승으로 투자경고종목 지정 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불공정거래 의심 거래가 발견된 종목을 신속하게 금융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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