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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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이번 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 등 여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우리·하나·KB금융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1명 중 26명의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되는데, 이 중 현행법에 규정된 최대 임기(6년)을 넘긴 4명을 제외한 22명이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될 예정이다.

K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7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5명을 모두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방침이다. 우리금융 또한 사외이사 6명 중 재선임 대상인 5명 모두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하나금융의 경우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수를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기존 사외이사 2명이 퇴임하면서 총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또한 퇴임 이사 2명을 대신할 신임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한다. 다만 두 지주사 모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각 6명은 모두 재선임하기로 했다. 

4대 금융지주사가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사회 구성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변화를 도모하기 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거수기’라는 비판을 듣는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기존 구성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 4대 금융지주 중 KB·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각각 20회, 14회의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반대 의견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나금융 또한 10회의 이사회 중 그룹내부통제규정 개정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이 한 번 나온 적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 16회의 이사회에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6번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사실상 내부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우리·하나금융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라는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핵심적인 논의 내용을 빼먹거나, 사외이사에게 제때 회의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 이사회 구성 및 운영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내부통제 부실로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가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권호현 변호사는 지난 16일 열린 토론회에서 “6대 은행 등 이사회 및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사외이사들이 지주사 회장, 은행장 등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는 금융회사가 수익성만을 추구하다가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결과로 나타난 최근의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사태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권 변호사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19년 6대 은행 이사회 및 위원회 결의 안건(3273건) 중 97.2%(3180건)가 원안대로 가결됐으며, 반대 의견이 제기된 안건은 겨우 4건(0.12%)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크고 반대 의견도 자주 제기됐던 신한금융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6명을 모두 재선임하기로 했는데, 이 중에는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도 포함돼있다. 이사회 총원이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나는 만큼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도 40%에서 33%로 감소하게 됐지만, 여전히 비중이 크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재일교포주주들은 외관상 회사의 최대주주 및 지배주주가 아니지만, 통일된 의사결정을 해오고 있으며, 경영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분산된 지분구조 하에서 특정 주주들이 사실상의 지배주주 역할을 하는 경우, 해당 주주집단이 추천한 자는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이들 4명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구성이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금융지주사는 IT인재 채용 및 핀테크와의 협업에 적극 나서며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명단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신규 선임할 사외이사에 디지털 전문가를 각각 한 명씩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사회의 성별 구성도 지나치게 남성에 편중돼 있다.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3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하나금융),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KB금융),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KB금융), 윤재원 홍익대 경영학 교수(신한금융) 등 4명뿐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여성 사외이사가 없다. 

내년 8월 시행될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금융지주사들은 법안 시행이 다가오는데도 여성 인재 충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 100대 기업이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한 97명 중 32%(31명)가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이 다른 산업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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