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M에서 유료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잘못 표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저들은 “확률 조작”이라며 투명성 확보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라그나로크M은 그라비티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다.

19일 라그나로크M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코스튬 의상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매직 크리에이터 자판기’ 확률 정보는 2018년부터 실제와 다르게 표기됐다.

매직 크리에이터 자판기는 게임 내 ‘고양이 티켓’과 ‘고양이 코인’ 둘 중 하나의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다. 티켓은 무료나 유료로 얻을 수 있는 재화였고, 코인은 유료로만 수급 가능했다.

이번 그라비티의 공지를 통해 티켓과 코인 어느 재화를 지불하느냐에 따라 아이템 획득 확률이 달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매직 크리에이터 연’에서 코스튬 아이템 ‘풍요의 빛’ 등장 확률은 티켓을 사용하면 0.25%, 코인의 경우 0.5%로 2배 차이가 있던 것.

더 큰 문제는 라그나로크M 유저가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확률 표기가 계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오래 전부터 티켓과 코인 사용 시 확률이 다르고 생각해 왔지만, 물증이 없어 의심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최근 한 유저는 티켓으로 확률 검증에 나섰다. 그 결과 정황 증거를 확보한 유저는 사측에 항의했고, 그라비티가 인정하면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라그나로크M 유저가 검증한 매직 크리에이터 자판기 확률 분포. / 사진=라그나로크M 사설 커뮤니티
그라비티가 공지한 매직 크리에이터 자판기 확률 분포. / 사진=라그나로크M 공식 웹사이트

그라비티는 무과금·과금 유저 간 형평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티켓과 코인 사용 시 아이템 획득 확률에 차이를 둔 것으로 보인다. 티켓은 무료로도 얻을 수 있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그라비티는 확률 차이를 수정하지 않고 유지할 계획이며, 유저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유료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그라비티는 유료 구매로 재산 피해를 입은 유저들을 대상으로 구매분 만큼의 코인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는 사측과 유저 간 정보의 비대칭에서 비롯됐다. 유저가 직접 확률을 검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일반적으로는 게임사의 확률 공표에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다.

이는 최근 넥슨 PC MMORPG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사태’와 유사한 사례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장비 옵션 3개를 변경할 수 있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에서 이른바 ‘보보보’ ‘방방방’으로 불리는 가치 높은 능력치 조합이 나오지 않도록 설정한 사실을 숨겨 온 바 있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19일 <이코리아>가 재발 방지책 및 자사 모든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전수조사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추가로 안내 드릴 내용이 있을 때 공지사항을 통해 유저분들께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저들은 기대값을 고려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한다. 이에 잘못된 확률 표기는 재산 피해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게임사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메이플스토리 사건 조사에 착수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은 있어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

국회에서는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지난해 12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 제89조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한 게임 사업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지난 8일 게임법 관련 입장문을 통해 “현행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게임사들이 일방적으로 확률을 공시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게임사가 잘못된 확률을 공시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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