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하자하자'
[출처=MBC '하자하자' 화면 캡처]

'20년 전 예능프로그램의 기획력'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일 화제다. 2002년 MBC 토요 예능 '느낌표'의 '하자하자'라는 코너에서는 '아침밥 먹자'라는 프로그램으로 고등학생들을 위해 깜짝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오전 7시 등교해 책상에 엎드려 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전문쉐프들과 함께 깜짝 아침식사를 차려주는 포맷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일시적으로 고등학교 0교시가 폐지되기도 했다. 

이후 '하자하자'는 폭주족 청소년들에게 헬멧을 씌워주는 '얘들아 헬멧쓰자', 가출청소년들을 찾아가 가정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얘들아 행복하니', 학생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존댓말로 수업하도록 유도한 '존댓말로 수업하자' 등 후속 시리즈를 이어갔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프로그램이 재조명되는 이유가 뭘까. 시청자들은  '보여주기식 방송'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보배드림]
[사진=보배드림]

이와 관련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예능의 공통점에 대해 한 네티즌이 흥미로운 글을 남겼다. 트로트 혹은 연예인이 다양한 주제를 내세웠으나 결론은 '뭐하며 사는지 보여주기'라는 것이다. 

실제 아이·엄마·결혼·이혼 등을 내세웠으나 그 속엔 출연자의 집 인테리어 소개와 연예인 인맥 보여주기, 먹방, '취미생활'로 포장된 '노는 장면'들이 녹아 있다. 각 방송사별 대표 예능들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나혼자산다, SBS 미운우리새끼, TV조선 아내의맛 등이 그러하다. 

20년전 예능은 '책,책,책을 읽자'며 권장도서 목록을 정해주고 그 영향으로 도서관이 지어지기도 했다. '칭찬합시다'를 통해 모범시민을 찾겠다며 몰래카메라로 경비원에게 인사를 건네는 시민을 찾아 가전제품을 안겨주기도 했다. 연예와 오락 일색인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과 '공공선'을 지향한 20년 전 예능이 크게 다른 것이다. 

때문에 지나친 보여주기식 방송이라는 비판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1년여 지속된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에서 이런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MBC TV 예능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 [사진=뉴시스]
MBC TV 예능 '나 혼자 산다'[사진=뉴시스]

한 누리꾼은 "방송이 너무 잘 사는 사람들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진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방송이 빈부격차를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지적했다.

[사진=트위터]
[사진=트위터 캡처]

이른바 '집방'(집 소개 방송)에 대해서 연예인들의 부동산 놀이에 이용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누리꾼은 "방송에 집이 노출되면 집값이 뛰고, 그러면 비싸게 팔아 시세차익을 남긴 뒤 다른 집을 모색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며 "그걸 알고 나니 집 관련 방송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게 된다"고 했다. 

최근 몇몇 연예인들이 이런 점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가수 H씨는 중고거래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나 당시 프로그램 내용보다 H씨의 집이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해당 집은 가격이 상향돼 매물로 나온 바 있다. 

이에 방송가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미와 시청률에 초점을 맞춰 연예인 신상 위주의 프로그램만 기획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사람냄새'나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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