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비씨카드 대표 내정자. 사진=비씨카드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 내정자. 사진=비씨카드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CEO 교체라는 강수를 꺼내든 비씨카드의 올해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비씨카드는 지난달 5일 최원석 에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를 신임 사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CEO 임기가 만료된 국내 카드사 5곳 중 교체를 단행한 곳은 우리카드와 비씨카드 둘 뿐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는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연임을 확정했다.

정원재 전 우리카드 대표와 이동면 비씨카드 대표는 후임에게 자리를 비워주게 됐지만 사정은 다르다. 정 전 대표는 이미 ‘2+1’의 임기를 채운 데다, 카드업황 악화에도 임기 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5.3% 상승한 12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반면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대표를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교체했다. 이유는 지난해 실적이 유독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하락, 인력감축 및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노력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롯데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174%(560억원→1545억원), 129%(571억원→1307억원) 증가하는 등 중소형 카드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비씨카드의 경우 순이익이 2019년 1156억원에서 2020년 697억원으로 40%나 감소했다. 덕분에 배당금도 같은 기간 748억원에서 211억원으로 72% 가량 급감했다. 카드업계 전체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홀로 역주행을 한 셈이다.

비씨카드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사업구조의 한계가 놓여 있다. 비씨카드는 일반적인 전업 카드사와 달리 회원사·가맹점의 대금결제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프로세싱’ 업무 대행사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수익(2조4941억원) 중 매입업무수익(2조2044억원)의 비중이 88%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돼있다. 

이 때문에 비씨카드의 실적은 회원사들의 실적에 따라 변동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난해 카드사들의 실적이 ‘불황형 흑자’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면세점 매출 하락에 따른 마케팅 비용 절감 ▲저금리 기조로 인한 조달비용 감소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이 상승했다는 것. 

오히려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조2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매입업무 비중이 높은 비씨카드로서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할부금융, 리스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다른 카드사와는 달리, 매입업무 중심인 비씨카드로서는 부가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 손실을 메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씨카드를 이끌게 될 최원석 내정자의 당면 과제 또한 ‘신사업 발굴’이다. 모회사인 KT의 임원 출신이 비씨카드 사장을 맡던 관행을 깨고 최 내정자가 차기 대표로 선임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를 이끌어온 최 내정자는 금융·IT 융합의 전문가로 불린다. 비씨카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결제 데이터를 보유한 데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한 만큼, KT·카드사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영입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내정자가 비씨카드 사외이사 경력 외에는 카드사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은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다른 카드사들의 자체 결제망 확보 노력으로 매입업무 수입 감소 추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비씨카드가 CEO 교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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