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고 변희수 전 하사 사망을 계기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이다. 

지난 4일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고 변 전 하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살아있자, 누구든 살아있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변 전 하사의 어릴적부터의 꿈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성별 고정관념이 가장 팽배한 집단인 군을 향한 고 변 전 하사의 용기어린 결단과 행동은 구직 과정에서조차 성별 이분법적 시각에 검열당하는 것에 지친 트렌스젠더 당사자들과 그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자 희망이었다"고 변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어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 경쟁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여과없이 발화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며 "선거와 정치의 이름으로 혐오가 당연시 자행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했다. 

이들은 "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심지어 한국사회 내부에서까지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실태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침묵의 자세로 일관할 것입니까?"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도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차별없는 군을 만들겠다며 웃음 짓던 그를 기억한다"며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5일 "어젯밤 우리는 또 하나의 사람을 잃었다. 혐오의 칼날이 또 한 사람을 베었다. 혐오 세력에 의해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는 "잇따른 성소수자들의 죽음은 이 사회 소수자들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위치를 그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차별금지법 제정만이 사는 길임을 절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해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이상민 의원이 상반기 중 차별금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나 보수 기독교 단체 등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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