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연도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한국씨티은행 연도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은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소매금융을 중단할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WSJ는 씨티그룹이 어떤 국가에서도 투자은행(IB)을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이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은 한국과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 부문을 처분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듯이, 각 사업의 상호 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으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2014·2017년 이어 세 번째 철수설

씨티은행이 철수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꾸준히 점포 통폐합 등 조직 슬림화를 추진해온 만큼 3년 주기로 철수설이 고개를 들곤 했다. 실제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소매금융 계열사 씨티캐피탈을 매각하는 한편, 190개 지점 중 56개를 통폐합하고 전체 직원의 15% 수준인 65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해 철수설에 휘말린 바 있다.

2017년에도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실시하며 철수설이 다시 확산됐다. 실제 2016년 133개였던 점포 수는 2017년 44개로 급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한다며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급격한 조치였던 만큼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박진회 전 행장이 해명에 나서며 철수설 확산을 조기 진화했다. 박 전 행장은 2015년 8월 간담회에서 “1967년 한국 진출 이후 48년간 경제 성장과 함께 해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철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7년에는 임직원에게 “배당을 유보하고 한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간담회를 통해 “점포를 줄이는 것과 철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철수설을 일축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철수설의 경우 아직 씨티은행으로부터 뚜렷한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현지 언론이 한국을 직접 철수 예상 국가로 지목했음에도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바 없다”는 공식 입장 외에는 별다른 해명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유명순 행장 또한 박 전 행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철수설 진화에 나서지 않고 함구하는 중이다. 

 

SC제일은행 연도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SC제일은행 연도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 반복되는 씨티은행 철수설, SC제일은행과 비교해보니

반복된 씨티은행 철수설의 배경에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실적에 대한 고민이 놓여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당기순이익(1121억원)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나, 그해 말 박 전 행장이 취임한 뒤 2015년 279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161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비교하면 온도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SC제일은행은 2015년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일회성 비용이 급증해 2695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이듬해 박종복 현 행장이 취임한 뒤 흑자 전환에 성공, 2019년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다만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기준 1829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점은 동일하지만,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을 축소하지 않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예수금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7년 3.39%에서 2019년 3.41%로 소폭 상승했다. 대출금 점유율 또한 3.18%로 전년보다 늘어났다. 반면 씨티은행의 예수금 점유율은 2017년 2.11%에서 1.95%, 대출금은 1.90%에서 1.63%로 감소했다.

여전히 20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는 SC제일은행과 달리 씨티은행은 점포수를 39개로 줄이는 등 소매금융을 축소하고 WM(자산관리)에 집중하며 경영내실을 다졌다. 하지만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점유율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신임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과거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소매금융 및 신용카드 부문 매각을 주도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명순 행장 또한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기업금융 전문가다. 국내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소매금융 부문을 축소해온 데다 부진한 실적과 신임 CEO 및 행장의 성향까지 맞물려 외신이 점화한 철수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철수설이 확산되면서 씨티은행이 매물로 나올 경우 누가 인수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DGB금융과 은행업 진출을 노리는 OK금융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금융사보다 인터넷은행이나 빅테크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