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청원 캡처]
[사진=국민청원 캡처]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는 정인이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데 이어 과거보다 자주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 내에서의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의심신고 횟수가 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아동전문보호기관과 경찰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0일 "허위와 과장된 신고로 저희 아이들을 빼앗고 오히려 아이들을 방임, 정서적 학대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아동학대를 이유로 큰 아들(11)과 작은 아들(8)과 강제 분리됐다며 자신과 아동을 분리 조치시킨 기관들에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 지원 기관인 드림스타트는 경기 화성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청원인의 자녀에 대한 학대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아보전 관계자는 청원인의 집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인했을 때 신체적, 정서적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아 사건 처리는 안 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작은 아들의 학교로 출동해 반 친구들이 다 있는 상황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청원인은 이에 반 친구들 앞에서 아이가 느낄 수치심이 걱정돼 "조금 있으면 아이 수업이 끝나서 오는데  왜 학교로 찾아가느냐 항의했으나 아이에 대한 인권이나 저의 의견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결국 학교로 찾아갔다"고 한탄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엄마가 그런 적 없다'고 하니까 경찰이 '우리 경찰이니 거짓말하면 잡아간다'고 얘기해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초 청원인은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시설에 한 달 정도 맡기려 했었다.

청원인은 "전 남편과 이혼 후 재판을 앞두고 있어 심리적으로 힘들어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 달 정도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며 "드림스타트에 요청했고 담당자가 아이들을 잘 맡아줄 거라고 약속하고 언제든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전화통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길래 사인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후 자발적으로 정신과에 입원도 하고 지금도 시에서 제공하는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보전에서 실시한 종합심리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고 의사 선생님도 호전 중인 상황이라고 소견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한 아보전 관계자는 "당시 청원인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높았고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역 기관들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복지법 보호 조치 법률에 따라 보호자가 아동학대 행위자인 경우에는 의견 청취를 안 할 수 있어 당시 어머니 의견보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아보전에 맡겨지면서 오히려 아이들이 심리치료나 검사도 받지 못하고 엄마와도 만나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법이 강화되고 나서 분리조치 된 아이들을 많지만 그 아이들이 머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끝으로 "신고에 대한 확실한 수사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분리 안해 7살 딸아이 결국 살해"

제대로 분리조치를 하지 되지 않아 딸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일 "천안부녀 자살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막을 수 있었던 천안부녀의 죽음은 미흡한 가정폭력 분리조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달 28일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던 중 아내는 구조요청을 했고,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청원인은 "경찰은 아이가 아빠랑 있는게 편안해 보였다며 아이와 남편을 분리해달라는 요구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아빠가 엄마를 폭행하는 장면을 아이가 목격했는데 어떻게 경찰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며 "결국 딸아이는 남편에게 무참히 칼로 살해당했다"고 분노했다.

아동학대만 담당하는 전담공무원이 있으나 인력부족으로 수많은 아동학대 신고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1~2명의 전담공무원으로만 굴러가고 있는 일부 시·군·구 아동학대팀 팀장급은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는 일반직 공무원이 맡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담공무원이 전문성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 인력 부족, 험한 현장 업무를 이유로 일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손을 떼겠다는 사람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족은 경찰도 같은 상황이다. 경찰 내부에선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을 담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져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초임 또는 하위 직급 경찰이 APO를 도맡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0월 기준 APO 628명 가운데 경사 미만 하위 직급은 74.4%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개정법대로라면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경찰, 공무원은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아동학대 대응기관과 경찰, 전담공무원 역할이 겹쳐 상호협력이 어렵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박 회장은 "경찰, 공무원, 아보전까지 한 곳에 모여 조사, 수사, 보호·분리, 행정지원, 사례관리 등 모든 아동학대 업무를 한 트랙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아동학대 해결은 경찰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피해자 보호기관, 상담, 복지지원 지자체,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각 기관들이 전문성을 갖춰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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