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여당과 업계는 지속적으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매번 야당의 반발로 무산되는 모양새다.

구글 등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앱마켓 규제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부터 총 7건 발의됐다. 각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홍정민·조승래·한준호(이상 더불어민주당)·박성중·허은아·조명희(이상 국민의힘)·양정숙(무소속) 의원 등이다.

해당 발의안들의 골자는 ▲구글 등 앱마켓이 특정 결제수단(인앱결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장치 마련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앱마켓 입점사들이 타 마켓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에 따르면, 야당은 ▲한국과 미국 간 통상 마찰 우려 ▲발의 전 검토 부족 등을 사유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한미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미국 IT기업 구글 측이 내세울 가능성이 있는 반전 카드로 꼽혔다. 최근 국회에서는 미국 OTT 넷플릭스 등에 망품질 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기에,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에 나설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홍 의원은 “현재 미국에서도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메사추세츠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구글플레이·앱스토어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입법이 통상문제가 된다는 것은 구글의 논리일 뿐 실제 통상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수수료 인하’ 카드가 통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구글코리아는 앱마켓에서 입점사들로부터 받는 인앱결제 수수료 인하를 두고 미국 본사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하로 이어지면 인앱결제 수수료는 현행 매출의 30%에서 15% 낮은 수준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핵심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수수료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는 법안소위 통과 여부를 막론하고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논의가 장기화될 수록 구글플레이 입점사나 진출을 앞둔 기업들의 사업 방향성에 혼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앱마켓 입점사들에게 인앱결제 수수료는 비즈니스 모델 변경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국민대학교 이태희 교수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타트업 모바일게임사의 재무 상황을 구성해 본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인 입점사는 매출의 73.8%를 인앱결제 수수료·임직원 급여·연구개발비에 지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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