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자, 숲C 2010...28cm. 조합토+테라시즐레타.
홍미자, 숲C 2010. 45*28cm. 조합토+테라시즐레타.

 

결빙도 사랑이다.
흘러갈 수 없다면

놓아 줄 수도 없다면
결빙도 사랑이다.

세한歲寒의 엄동
무엇으로 견딜 수 있겠느냐.
네 살을 묶고
네 뼈를 더욱 딱딱하게 엮어
도저히 문 열 수 없는 절정은
오히려 금강金剛이니,

물이여!
흐름을 반역해야 살 수 있는
시절이라면,
이것 역시 사랑이다.

흐를 수 없다면 흐르는 꿈으로
놓아 줄 수 없다면 놓아주는 꿈으로
얼음은 물을 꿈꾸는 자이니,

물이여!
물이 아닌 물
결빙도 사랑이다.

겨울은 결빙의 시간입니다. 시련의 시간입니다. 부드러운 물은 액체의 속성을 버리고 굳어 버립니다. 굳음은 생명의 상실입니다. 그래서 힘든 세상살이를 겨울과 추위에 비유합니다. 

휴면종자라고 해서 어떤 씨앗들은 겨울과 같은 저온 기간을 겪어야 비로소 봄에 싹을 틔웁니다. 겨울의 추위가 없다면 이 종자는 봄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겨울은 휴면종자에게는 봄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겨울과 봄’, ‘얼음과 물’, ‘결빙과 흐름’을 절대적 반대말로 해석하지 않고 동의어나 비슷한말로 이해할 때 우리는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통찰이 생깁니다. ‘세한歲寒의 엄동’을 왜 살아내야 하는지 이유를 발견합니다. 

‘흐를 수 없다면 흐르는 꿈으로 / 놓아 줄 수 없다면 놓아주는 꿈으로 / 얼음은 물을 꿈꾸는 자이니, //물이여! / 물이 아닌 물 / 결빙도 사랑이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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