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스닥지수가 급락한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급락한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던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주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는 지난달 26~29일 5조6751억원을 순매도했다. 여기에 기관도 3조6773억원을 매도하면서, 25일 3200을 돌파하며 순항하던 코스피는 나흘 만에 2976.61까지 급락했다. 1일 오전 11시 50분 현재 코스피는 3022.64로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경우,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외국인, 나흘 연속 매도세에도 바이오주는 샀다

한편, 4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진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6~29일 6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매각하면서도 바이오주는 순매수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약 14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또한 셀트리온(1402억원), SK케미칼(303억원), 한미약품(228억원) 등 제약·바이오주가 4개나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반도체주였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26~29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각각 2조708억원과 3993억원, SK하이닉스는 3783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이 기간 외국인이 매도한 금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 외에는 LG화학(4090억원), 삼성SDI(2614억원) 등 배터리주, 기아차(2850억원), 현대모비스(1586억원), 현대차(1163억원) 등 자동차주가 외국인이 많이 판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종목별 시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25일 2976.21에서 29일 3208.99로 -7.3%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제약·바이오주는 가격변동이 없었던 한미약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약 -2.7%로 코스피에 비해 하락폭이 적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8.3%), SK하이닉스(-9.3%) 등 반도체주는 코스피보다 큰 하락폭을 보였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 또한 -9.3%로 하락폭이 코스피보다 컸다.

◇ 코스피 하락세 주요 원인은?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게임스탑’ 사태가 외국인 매도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최근 급격히 증가한 변동성에 대응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를 축소하는 중”이라며 “시장 일각에서는 작년 11월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승을 이끌어 왔던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차익 실현 매물과 함께 변동성 확대, 백신 접종 지연 등을 이유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추이가 지속될 지 여부는 지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 통화 정책 변화 우려 및 중국 단기 금리 상승', '백신 지연 등 미국 경기 개선 속도 둔화 우려 및 연준(Fed)의 원론적 태도'와 함께 '게임스탑 등 미국 공매도 관련 주식의 비이성적 매매 현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다만 김 연구원은 이러한 요인들을 장기적인 악재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유동성 정책은 태도 변화가 아닌 미세 조정이며, 백신 보급 지연 및 미국 경기 개선 속도 둔화에 대한 우려도 걱정이 깊지 않다”며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나비효과에 대한 우려도 높지만, 극단적 시나리오들이 현실화되기엔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게임스탑과 같은 상황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평등, 불공정, 빈부의 격차, 계층 간의 갈등 등에 대한 투영일 수 있다. 집단화된 개인의 행동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부 나타났을 뿐”이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계층갈등과 같은 정치·사회적 이슈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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