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 IP 기반 게임들인 ‘온라인’ ‘제로’ ‘오리진’ 유저 연합이 문제 제기에 나섰다. 유저들은 각 게임에서 발생한 ‘운영 이슈’를 공통분모로, 개발사 그라비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개발사가 서비스 중인 복수의 게임 소비자들이 합심해, 개발사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서는 사례는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사태는 그라비티가 자사 게임들에 일관된 서비스 운영 기조를 보인 탓에 불거졌다.

◇“그라비티, 버그 개선 소홀” 행동 나선 오리진 유저들

모바일게임 라그나로크 오리진 공식 커뮤니티를 29일 살펴보니, 유저들은 지난해 7월 게임 출시 이후 크고 작은 버그가 잇따라 발생함에도 그라비티가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유저들은 “기존 버그가 수정되면, 새 콘텐츠 업데이트 시 그만큼의 버그가 또 발견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면서도 버그 수정에 소홀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가 반복된다” “핵 이용자를 적발하지 않는다” 등 의견을 보였다.

커뮤니티에서 그간 언급된 버그로는 대표적으로 ▲공성 시 캐릭터가 상태이상에 걸리지 않고 대미지를 받지 않는 무적 버그 ▲데비루치 구출 룰렛 버그 ▲기어장비 복사 버그 등이 있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버그가 발생하는 것은 업계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패키지게임과 달리 개발사가 세운 업데이트 일정을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에 맞추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개발사는 이처럼 여유가 없다 보니, 버그를 완벽하게 검수하지 않고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선출시-후수정’이라는 굴레에 들어서게 된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타사 게임에 비해 장기간 수정되지 않는 버그가 많고, 발생 빈도도 높다는 게 유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라비티가 약 일주일 간격으로 공개하는 패치노트를 보면, 매번 20개 안팎의 버그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이 중에는 과거 수정된 버그가 재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유저들은 피해가 길어짐에도 그라비티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다른 운영 이슈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던 그라비티 PC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 ‘라그나로크 제로’ 유저들과 연합해 사태 해명을 촉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라비티 관계자는 29일 <이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버그를 최대한 빠르게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유저분들께서 만족할 만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은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버그 확인 및 정상화를 위한 검수 및 수정 작업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현재 개발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핵 이용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핵이 아닌 버그로 확인됐고, 유저분들께 안내해 드렸다”고 해명했다. 잦은 버그로 환불을 요청하는 유저들에 대한 환불 대응 방침에 대한 질문에는 “좀 더 자세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 유저 연합, 단체행동 예고

29일 라그나로크 온라인 사설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유저들이 트럭시위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 사진=라그나로크 온라인 사설 커뮤니티

앞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그라비티 직원이 부당한 방법으로 게임 내 재화를 얻어 아이템거래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슈퍼계정’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유저들은 납득할 만한 개발사의 해명이 있을 때까지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불매운동은 벌써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기업 공시에 따르면, 그라비티는 지난해 3월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슈퍼계정에 대한 충분한 접근통제 절차를 운영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그라비티는 매월 내부감사를 통해 슈퍼계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라그나로크 제로에서는 ▲지난해 12월 예정이었던 업데이트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는 이유 ▲2년 전 게임 내 경제를 뒤흔든 ‘유동적 사건’의 전말에 대한 의문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그나로크 IP 기반 게임들의 유저들은 쟁점이 그라비티의 ‘소통 부재’에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개발사가 일방적으로 개선사항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저들과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이루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라그나로크 온라인·제로 유저들은 오리진 유저들의 ‘단체행동’ 제안에 응했다.

라그나로크 유저 연합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기획한 첫 번째 단체행동은 ‘트럭시위’다. 그라비티 본사 앞에, 요구 내용을 기재한 LED 전광판 트럭을 보내 사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다.

유저들은 450만 원에 달하는 트럭 대여료 모금을 하루 만에 완료했다. 현재는 시위 날짜와 시간대를 조율 중이다.

이번 갈등은 그라비티와 유저들 사이에서 소통 방식에 대한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 갈등 진화 여부는 향후 그라비티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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