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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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지연됐던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이달 중 재개한다. 특히,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대한 제재심이 예정돼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라임·독일헤리티지펀드 등을 판매한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심을 열고 제재를 의결한 바 있다. 금감원은 주요 판매 은행에 대한 제재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장검사 등이 지연되면서 해를 넘겼다.

지난해 증권사 대상 제재심에서는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직무정지, 문책경고 등 금융권 취업에 제한되는 중징계가 내려진 바 있다. 아직 징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증권사 제재심과 은행권의 펀드 판매 규모를 고려할 때 은행 대상 제재심에서도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올해 첫 제재심 대상인 기업은행의 제재심 결과에 따라, 향후 다른 펀드 판매 은행에 대한 제재심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운용사가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또한 라임 펀드도 294억원 판매했다.

다만 금감원이 중징계안을 제시하더라도 제재심에는 외부 위원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개별 은행의 피해구제 노력에 따라 징계 수위가 조정될 수 있다. 실제 기업은행은 지난해 6월 투자 원금의 50%를 선지급하며 피해구제에 나선 바 있다. 다른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도 대부분 50% 수준의 선지급안을 시행한 만큼, 제재심에서 기업은행의 선지급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해 선지급에 나섰던 증권사들도 금감원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펀드 종류에 따라 30~70%, KB증권은 40%, 대신증권 30% 등을 선지급했지만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는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문책경고를 처분받았다.

피해자들이 기업은행의 선지급안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기업은행은 지난 14일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열고 사적화해 가능성을 조율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책위는 이날 사적화해 실무협상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기업은행은 “법리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한편,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이어 오는 2월 NH투자증권(옵티머스), 1~3월 우리·신한·산업·부산(라임)에 대한 제재심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라임·디스커버리·독일헤리티지·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을 판매한 하나은행은 지난달 검사가 마무리돼 2분기 중 제재심을 개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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