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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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및 분쟁조정 절차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이 늑장 대응으로 부실 펀드 판매사 CEO들의 연임 길만 터주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라임 등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제재 및 분쟁조정 추진 일정’을 발표하고, 부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제재심 및 분쟁조정 절차를 내년 상반기 중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10개 금융사(은행 6개, 증권 4개) 중 내년 가장 먼저 제재 절차가 시작되는 것은 지난 7월 금감원 검사가 마무리된 기업은행(디스커버리 사태)이다. 금감원은 내년 1월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시작으로 우리·신한·기업·산업·부산 등 라임펀드 판매 은행(1~3월), NH투자증권(옵티머스 사태, 2월)에 대한 제재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라임·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등 네 가지 펀드를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은 이달 검사가 종료되는 만큼, 가장 늦은 내년 2분기 중 제재심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조정 절차는 사후정산 방식의 손해배상에 유일하게 동의한 KB증권(라임)에 대해 이달 중 우선 진행한다. 기타 라임펀드 판매사 및 옵티머스·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판매사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는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대규모 환매중단을 초래한 부실 펀드 사태 중, 금융당국 제재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은 라임·독일헤리티지 펀드 등 두 가지뿐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문제는 내년으로 미뤄진 제재·분쟁조정 절차가 금감원 예상대로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느냐다.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의 경우 첫 제재심(10월 29일)이 열린 지 열흘 만에 의결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증선위 의결 절차가 지연되면서 연내 처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금감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다, 대면보고가 어려워 제재대상자의 의견진술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거나, 자칫 금융당국 내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경우 계획보다 제재 절차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분쟁조정 절차 또한 언제 마무리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KB증권은 손실액이 확정되기 전 추정 손해액에 근거해 우선 배상한 뒤, 추가로 회수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에 동의했지만 다른 판매사들은 그렇지 않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타임테이블은 “판매사들이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할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판매사들이 사후정산 방식을 거부하고 손해액이 확정된 후 배상하는 방식을 선택할 경우 분쟁조정 절차는 예상보다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변수는 검사 결과 '계약취소'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견되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은 내년으로 미뤄진 금융당국의 제재·분쟁조정 계획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1일 성명을 내고 “금융위는 지난 4월 27일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방안’을 발표 해놓고 실제 실행되는 것은 행정지도 뿐”이라며 “정부와 금융계가 뼈를 깍는 반성과 쇄신의 노력은 전혀 없고, 소나기만 피하고 보겠다는 의지로 시간벌기에 나서고 있다”며 신속한 실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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