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인 마이데이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수의 카드사들이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는 가운데, 일부 카드사들은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자칫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카드사,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 경쟁 본격화

올해 초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본격화된 마이데이터 사업은 카드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 전체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기존에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오던 개인 정보를 정보 주체인 개인이 능동적으로 관리·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는 개인이 정보제공에 동의한 경우 다른 금융회사에 보관된 정보도 수집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있는 데이터를 종합해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드사로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의 개별적인 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고, 다른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 경쟁의 향방에 따라 오랫동안 고착화된 기존 카드사 순위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된 롯데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 모두가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하고 제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사업인 ‘마이크레딧’을 출범한 신한카드는 올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지원 사업에 소상공인 분야 실증사업자로 선정됐다. 또한 올해 들어 SK텔레콤, GS리테일과 연달아 데이터 결합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타 산업분야와의 협력을 통한 영역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KB국민카드 또한 기존 KB금융 통합 플랫폼 ‘리브 메이트’를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선한 ‘리브 메이트 3.0’을 선보였다. 고객의 소비패턴에 맞는 혜택을 알려주고, 자산 현황 및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도 추천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또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신한카드와 마찬가지로 타 업종과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 삼성카드 '암 보험금 부지급', 하나카드 '국정농단 사태' 발목

반면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려 발만 구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가 보류된 삼성·하나카드의 사례다.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건으로 인해 심사가 보류됐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대해 암 보험금 부지급 및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의 문제로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하나카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7년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주고, 최씨와 친분이 있는 임원에 대한 승진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하나금융 경영진을 고발한 바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형사소송 중이거나 금융당국 및 국세청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면 심사가 보류된다. 향후 금감원 제재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두 카드사는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 경쟁에서 상당히 뒤처질 수 있다.

◇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높아져

두 카드사의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 보류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카드사들의 실적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좋은 편이다. 실제 8개 전업 카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56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했다. 누적 기준으로 봐도 20.6%나 증가해 코로나19 타격이 무색할 정도의 호실적을 올렸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올해 실적을 수익 증대가 아닌 비용 절감으로 이룬 ‘불황형 흑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여행업종 및 면세점, 놀이공원, 극장 등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반면,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재난지원금 효과까지 겹쳐져 일시적으로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 

실제 삼성카드의 경우,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45억원 감소했지만, 영업비용은 그 두 배에 가까운 2225억원 줄어들었다. 비용절감과 내실화로 당장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장기적인 실적향상을 기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하향되는데다 카드 수수료 재산정 논의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로서는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주주 리스크로 마이데이터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두 카드사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