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전달한 협상 제안 문건의 마이클 톰슨 부사장 서명과 공식 서류의 서명. 자료=금융정의연대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전달한 협상 제안 문건의 마이클 톰슨 부사장 서명과 공식 서류의 서명. 협상안에는 직함이 빠져 있다. 자료=금융정의연대

한국 정부를 상대로 47억 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을 제기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소송을 중단하는 대가로 8억7000만 달러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반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경제민주주의21,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참여연대는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와의 협상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협상을 주장하는 자가 바로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2006년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로 매각이 지연되 손실을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한 론스타는 최근 정부에 협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담당 부사장 명의로 작성된 협상안에는 소송을 중단하는 대가로 8억7000만 달러(약 9600억원)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는 해당 협상안을 공식 접수하고 관계 부처와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론스타가 제시한 협상 기한은 오는 30일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론스타의 협상안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며, 론스타가 아닌 톰슨 부사장 개인 자격의 문서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론스타의 협상안이 인쇄된 편지지에는 발신자가 론스타 원고나 원고 측 법률 대리인이 아닌 ‘론스타 글로벌 어퀴지션(Lone Star Global Acquisitions, LTD)’으로 나와 있다. 이 회사는 론스타의 계열사지만 이번 소송에서 론스타의 원고 중 하나인 회사는 아니다.

또한 협상안에 기재된 마이클 톰슨 부사장의 서명에는 직함이 함께 적혀있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이 문서는 보기에 따라 론스타 글로벌 어퀴지션의 편지지를 사용해 마이클 톰슨이 개인 자격으로 서명한 사적 문서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마이클 톰슨이 한국 정부에 공식 문서를 제출할 때 사용하던 서명 양식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03년 톰슨 부사장이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는 이름 아래 “LSF-KEB Holdings, SCA의 대리인(Representative)”이라는 직함이 함께 적혀있다. 

시민단체들은 “협상안의 발신자가 원고나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아니며 수신자도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아 공식 문서로 볼 수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며 법무부가 이를 공식 협상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어 “먹튀를 자행하고도 ISDS까지 제기한 론스타와 당시 금융관료 등 금융 모피아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론스타 협상안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거나 밀실 협상하는 것은 정부가 론스타 사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수조원대의 국민 혈세가 달린 만큼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즉각 론스타 ISDS 진행과정 전말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