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사진=조 바이든 공식 트위터 갈무리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법인세 인상 및 반독점 규제 등을 내세운 바이든 후보의 정책 기조가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바이든 당선, 그린주 뜰까?

바이든 당선으로 인해 가장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이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후보는 2조 달러의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 지난 7월 바이든 후보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서학개미들도 ‘그린주’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나 2~6일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다. 서학개미들은 5거래일간 테슬라 주식을 6877만 달러(771억원) 순매수했는데, 이는 바이든 당선 시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에서 기존 대중교통 수단을 재생에너지로 주행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업체 및 관련 업체에게는 바이든 후보의 ‘그린 뉴딜’ 정책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서학개미들은 대선을 앞둔 지난달 테슬라뿐만 아니라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미국 전기트럭 업체 워크오스 등 전기차 업체 주식을 순매수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도 서학 개미의 주된 관심 종목이 됐다.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 실제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태양광 업체 인페이즈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업체 넥스테라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관련 종목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반독점·법인세 논란, 상원 선거 결과가 변수

반면 구글, 아마존 등 대형 IT·플랫폼 업체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바이든 당선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법인세 인상과 반독점 규제 강화를 내걸고 있어 친기업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는)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해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인세 재인상을 추진하는 등 시장친화도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며 “특히, 기존 주도주였던 테크 및 플랫폼 기업들은 반독점법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서학개미의 가장 많이 사들이 미국 주식은 테슬라였지만, 그 뒤는 애플과 아마존으로 빅테크 업체들이 차지했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독점 플랫폼을 해체한다는 기존 공약을 추진한다면 빅테크 등 성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서학개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상원 선거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만약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는데 성공한다면, 바이든 후보의 반독점 정책 추진에 제동일 걸릴 수 있기 때문.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48석을 차지한 가운데 조지아 2석, 알래스카, 노스캐롤라이나 각각 1석 등 4석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알래스카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공화당이 앞서고 있어, 내년 1월 5일 결선 투표를 앞둔 조지아까지 차지한다면 상원 수성이 가능하다.

다만 공화당의 상원 수성이 빅테크에 투자한 서학개미에게 꼭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행정부에 이어 상·하원까지 차지하는 블루웨이브에 성공할 경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 만약 블루웨이브가 실패해 경기부양책이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경우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트럼프 불복, 미 증시 영향 미치나

AP통신에 따르면 9일 현재 조 바이든 후보는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90명을 확보해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은 상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만약 이번 대선이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의 대결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진다면, 미 증시에도 악영향을 줘 서학개미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대선이 대법원에서 결판이 날 확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지난 2000년 당시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기 때문.

당시 부시 전 대통령과 고어 후보는 각각 246명, 25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총 25명의 선거인단이 주어진 플로리다주의 결과에 따라 당선자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근소한 표차로 인해 재검표가 시행됐지만 검표 결과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한 법리 싸움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대선 결과는 투표 한 달 뒤 연방대법원에 가서야 확정이 됐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이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를 삼고 있는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가진 펜실베이니아주(20명)의 선거 결과가 뒤집혀도 대선의 향방에는 영향이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법원이 이미 결과가 나온 대선 결과에 정치적 판단을 내릴 여지는 낮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 투표의 불법성을 주장하겠지만 바이든 후보가 270석을 확보해 불복의 명분은 낮다는 점에서 2000년 미 대선과 같은 불확실성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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