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또다시 공모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히트는 지난 24~25일 전체 공모물량의 60%(427만8000주)에 대해 진행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117.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 또한 희망범위(10만5000원~13만5000원)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빅히트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카카오게임즈(1478.53대 1)보다는 낮지만 SK바이오팜(835.66대 1)보다 높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상장임을 고려하면, 코스피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게다가 공모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이미 국내 엔터3사(JYP, SM, YG)를 뛰어넘었다. 빅히트가 이번 공모를 통해 발행하는 주식은 기존 발행주식(2849만3760주)의 4분의 1인 713만주다. 공모가인 13만5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모 예정액은 약 9626억원, 시가총액은 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 29일 기준 엔터3사의 시가총액은 약 3조1689억원으로 빅히트의 3분의 2 수준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매출 9할이 BTS, 빅히트의 타개책은?

일각에서는 빅히트에 몰린 관심과 기대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방탄소년단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은 데다, 주요 멤버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빅히트의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실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빅히트 매출에서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87.7%에 달한다. 매출 편중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8년 멤버들과의 조기 재계약을 체결해 계약기간을 2024년 말까지 연장했지만, 당장 그룹의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이 내년 입대를 앞두고 있다. 막내인 정국(본명 전정국)과 5살 차이가 나는 만큼, 병역 문제로 인해 향후 ‘완전체’ 활동이 제약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쏘스뮤직(2019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2020년) 등 주요 레이블사의 지분을 인수하며 아티스트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재 빅히트가 보유한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 총 5팀이다.

덕분에 방탄소년단 의존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2018년 98.2%였던 방탄소년단 의존도는 2019년 97.4%, 2020년 상반기 87.7%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방탄소년단 외 매출 비중을 12.3%까지 끌어올렸지만, 방탄소년단 이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왼쪽)와 위버스샵 화면. 사진=위버스·위버스샵 갈무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왼쪽)와 위버스샵 화면. 사진=위버스·위버스샵 갈무리

◇ 빅히트의 차별화된 수익 구조, ‘위버스’가 핵심

반면,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빅히트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하이투자증권 7.3조원, 유안타증권 10조원 등 증권사들은 빅히트의 예상 시가총액으로 6~10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빅히트가 내놓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빅히트는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팬들의 멤버십을 관리하는 한편 온라인 콘서트, 굿즈 등 자체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위버스의 누적가입자 수는 860만명,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470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빅히트가 ‘위버스’를 통해 기존 대형 엔터테인먼트와는 달리 자체적인 ‘팬덤 경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위버스를 통해 기존 팬들을 집결시키는 ‘락인효과’가 강화된다면, 향후 콘텐츠 및 MD 매출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올해 상반기 위버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2.2% 증가한 112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위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에서 올해 상반기 38%로 9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로 공연매출이 급감하면서 엔터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비대면 플랫폼인 위버스가 보여준 실적은 확고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월 위버스를 통해 진행된 온라인 유료 콘서트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 콘서트) 더 라이브(the Live)’다. 전 세계 107개국에서 75만6000명이 접속한 방방콘은 겨우 90분의 공연시간동안 MD 매출 154억원, 티켓매출 144억원을 올렸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콘서트와 비교해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450분간 15만 명을 모객해, 티켓매출 132억원, MD매출 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온라인 공연은 1분당 3억3111만원을, 오프라인 공연은 1분당 4800만원을 버는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방방콘은 하반기에 4회 추가될 예정인데, 방탄소년단의 컴백으로 티켓 가격이 인상도니다면 위버스 매출은 상반기 대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위버스의 성공 또한 방탄소년단의 강력한 팬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은 향후 성장을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아미’를 주축으로 형성된 위버스의 ‘팬덤 경제’가 기존·신규 아티스트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BTS 이후의 빅히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기 때문. 

최근 빅히트는 엠넷에서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랜드’를 선보였는데, 현재 위버스에서 아이랜드 구독자 수는 약 211만명이다. 데뷔하자마자 상당한 규모의 팬덤이 형성되면서 위버스의 긍정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공모 대박을 예고하고 있는 빅히트가 위버스를 통해 방탄소년단 이후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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