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2020년 상반기 증권사 민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펀드 판매 규모가 큰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펀드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건수는 총 4만5922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은행(30.7%↑), 중소서민(7.1%↑), 생명보험(9.0%↑), 손해보험(9.2%↑) 등 모든 권역에서 민원이 증가했지만, 특히 금융투자 관련 민원이 가장 큰 폭(83.2%↑)으로 증가했다.

특히 증권회사의 경우 절대적인 민원 건수(2336건)는 적지만 증가폭이 82.9%로 금융민원 전체 평균의 세 배가 넘는다. 민원 증가 이유는 올해 다수의 펀드가 환매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및 WTI원유선물 ETN의 괴리율 관련 민원 등으로 ‘펀드’ 및 ‘파생’ 유형의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33건에 불과했던 펀드 관련 민원은 올해 들어 516건으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민원유형별로 봐도 펀드 관련 민원 비중이 22.1%로 전산장애·내부통제(19.6%)를 앞섰다. 

증권사별로는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얼마나 판매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6월 펀드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증권사는 대신증권(185건)이었으며, 그 뒤는 신한금융투자(79건), 한국투자증권(60건), KB증권(57건) 등의 순이었다. 

이들 4개 증권사는 모두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자펀드를 수백억원 이상 판매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모펀드 4곳에 투자한 173개 자펀드의 수탁고는 총 1조6697억원이다. 증권사 중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신한금융투자(3248억원)이며, 그 뒤는 대신증권(1076억원), 신영증권(890억원), KB증권(681억원), 한국투자증권(483억원) 등의 순이다. 신영증권을 제외하면 판매 규모가 큰 4개 증권사가 민원 순위에서도 1~4위를 차지한 셈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2020년 상반기 증권사별 펀드 관련 민원 및 전년 대비 증감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

특히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던 펀드 관련 민원이 올해 상반기 185건으로 폭증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전년동기 대비 펀드 관련 민원이 74건이나 늘어났지만, 판매 규모가 세 배나 차이나는 점을 고려하면 대신증권 민원 건수 증가세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일각에서는 라임 펀드 판매규모보다는 후속 대응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 6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라임 펀드 피해자에게 손실액의 30%(전문투자자 2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다른 증권사에 비해 대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데다 보상 수준도 피해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의 경우 지난 3월 라임 펀드와 관련해 가장 먼저 50%의 선보상안을 발표했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 신영증권을 상대로 접수된 펀드 관련 민원은 3건에 불과하다. 

또한 신한금융투자는 김병철 전 사장이 3월 라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데다, 5월 들어 개방형 펀드 30%, 폐쇄형 펀드 70%의 선보상안도 발표했다.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대책 발표는 이들보다 1~3개월 늦은 셈이다. 

게다가 투자원금 일부를 조건 없이 돌려주는 선보상과 달리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보상액이 달라지는 선지급 방식을 택한 것도 피해자들에게 불만을 샀다. KB증권의 경우 대신증권과 비슷한 시기에 선지급안을 발표했지만, 선지급 비율이 40%(법인 30%)로 대신증권보다 높았다. 

다만 라임 사태 이후에도 젠투·팝펀딩·디스커버리·옵티머스 등 부실 펀드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일부 펀드 사태의 경우 보상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들어 민원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특히, 1조원대 환매 중단이 발생한 젠투 펀드의 경우 신한금융투자(4200억원), 삼성증권(1451억원), 한국투자증권(179억원) 등 다수의 증권사가 엮여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 또한 IBK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보상에 나선 증권사가 없어 다수의 민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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