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500세대 미만의 서울 소재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렸다. 여러가지 안건들이 있었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는 안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년이 된 관리 직원의 계약직 전환’이라는 안건이었다. 정년이 되기 전에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여 충원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왜 굳이 계약직으로 전환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조금 비상식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아파트의 위탁관리업체는 ㈜신대한관리라는 회사다. 정년 만기가 2020년 8월 31이라면 ㈜신대한관리는 최소한 정년 만기가 된 직원에 대하여 신규 채용이 가능하도록 2~3개월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통보 하였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불과 정년 만기 5일을 앞두고 계약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일방적 논의를 하게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만기 계약을 앞둔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더 근무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직원을 충원하여 비용절감과 근무 분위기 개선을 도모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 정년을 5일 앞두고 열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저 사람을 계속하여 계약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비상식적이었다. 왜냐하면 ‘정년이 된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문장은 선택적 의미일 뿐 강제하는 의미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권은 입주자에게 있는 것이다.

만약 정년으로 계약직 전환되는 사람의 급여와 신규로 채용할 직원이 받을 급여가 유사하다면 그런대로 쉽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급여 차이가 30% 이상 차이가 있고, 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될 사람이 게으른 업무 태도로 인하여 문제가 된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신규로 채용하는 사람의 급여는 20년 근무한 사람의 70%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면 정년 만기된 사람이 받는 급여를 월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신규 채용 직원이 받게 될 급여는 많아야 월210만원 정도일 것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600만원과 2,520만원이 된다. 여기에 신규 직원은 퇴직 적립금 210만원을 더해야 함으로 2,730만원이 된다. 따라서 급여(제수당 포함) 관련된 차이 금액은 870만원이다. 

㈜신대한관리 입장에서는 정년 만기된 사람이 계약직으로 전환되어 계속 근무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위탁관리수수료 차이는 미미하지만, 신규 충원이 초래할 변화가 아무래도 일정기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는 계약을 체결한 공동주택 즉 아파트 입주자에게 만족할만한 최상의 용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위탁관리업체가 파견한 관리 직원이 나태하거나 또는 입주자를 속이며 입주자에게 행패를 부리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잘못이 있으면 사과해야 하고, 잘못을 시정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 위탁관리업체의 큰 잘못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년이 된 사람이 비교적 뛰어난 업무 실적과 태도를 보여서 대부분의 입주자가 계약직 전환을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입주자들은 비록 연간 870만원의 돈이라도 흔쾌히 더 지급하자고 할 것이다. 반면에 나태하고 게으른 업무 태도와 입주자를 속이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사람도 870만원은 고사하고 단 돈 100만원도 더 지급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결정을 한 입주자대표들에게 비난을 퍼부었을 것이다.

여기서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관계자가 세 부류로 나누어 진다. 입주자와 정부와 위탁관리회사다. 만약 정년 만기된 직원을 퇴직시키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게 되면 입주자와 정부는 이익이 된다. 입주자는 관리비가 줄어들게 되고 정부는 신규 일자리 즉 고용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정년 만기된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위탁관리업체만 이익이 된다. 하지만 입주자는 관리비가 줄어들지 않고 정부는 신규 일자리 즉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렇게 입주자에게 손실을 끼치는 결정, 즉 잘못된 논리로 정년 만기된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업체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하여 입주자에게 손실을 끼친 셈이 된다.  이것은 일종의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꼴이며, 새로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창출하자는 정부정책을 발로 걷어차버린 멍청한 바보 노릇을 한 셈이다.

만약 이런 행위가 모든 공동주택에서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가정하면 일자리 수 천개를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탁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나쁜 행위들을 입주자에게 국한된 관리비 절감이냐 아니냐 라는 작고 사소한 문제로만 생각한다면, 그 공무원은 업무 태도와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나하나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실무를 세세하게 파악하고 따져야만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증가할 수가 있다. 각 지자체 및 고용노동부 공무원은 이런 관점에서 실태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각 아파트 단위로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할 것이다.

입주자에게 관리비 증가라는 손실을 끼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를 감행하기 위하여 위탁관리업체의 정년 만기된 직원의 비리를 두둔하고 감싼 입주자대표들은 즉시 해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왜냐하면 저런 행위를 한 사람들은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니라 위탁관리업체 대표회의라고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각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입주자대표회의록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닌 위탁관리업체 대표회의 노릇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즉시 경질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위탁관리업체의 대표이사들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정부정책에 위배되는 나쁜 행위들을 더 이상 방치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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